10만원이면 유전자 지도 분석…헬스케어 빅뱅 예고

입력 2023-02-14 19:06
수정 2023-02-14 19:06
<앵커>

생물이 가진 모든 유전 정보를 유전체 즉, '게놈'이라고 합니다.

특히 사람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활용하면 암과 치매 등 각종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높은 비용이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기업이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헬스케어 산업에 빅뱅이 올 수 있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IT·바이오부 박승원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유전 정보 분석 비용 인하에 앞서 게놈이라는 것을 먼저 짚고 가보죠. 정확히 무엇인가요?

<기자>

앞서 언급했듯이 한 생물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 정보를 '게놈'이라고 합니다. 유전체라고도 하는데요.

이 유전체 즉, 사람의 세포에 들어 있는 DNA의 염기서열 전체를 풀어내기 위해 지난 1990년 시작한 게 바로 인간게놈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질병과 관련한 유전자와 그 유전자가 생산하는 단백질을 밝혀내 암과 치매 등 각종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됐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난해 4월에 완성이 됐는데요.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는 세월이 흘렀지만, 기대 만큼의 혁명은 오지 않았습니다.

<앵커>

기대 만큼은 아니지만 게놈 해독에 한 발씩 다가서고 있다는건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게놈 해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료기기와 신약개발, 난치병 치료, 예방의학 등에 한 발씩 다가서고 있는건데요.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영국,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100만 게놈 프로젝트'를 향해 달려가는 등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19년 '최대 100만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투자하는 이유가 유전 정보를 분석하는 비용을 낮춰 이를 활용한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게놈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유전 정보를 해독하고 분석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앞서 국제 연구계가 공동으로 진행한 지난 2003년 게놈프로젝트 당시 한 명의 게놈을 해독하는 데 무려 3조원의 비용이 소요됐습니다.

하지만 11년 뒤인 2014년엔 1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 비용은 앞으로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낮아진 게놈 해독 비용은 이미 게놈 기술의 대중화를 촉진하고 있는데요.

지난 2013년 유방절제수술을 받은 미국 여배우인 안젤리나 졸리는 당시 400만원을 들여 유방암예측검사(BRCA)를 했지만, 이제는 50만원대면 해결이 가능합니다.

사망 가능성이 있는 태아 양수검사를 안전하게 대체할 수 있는 산전 임신유전검사 역시 지금은 10만원대면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결국, 빠르면서 싼 가격으로 유전 정보를 분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최근 중국 기업이 이 검사 비용을 더욱 낮췄다구요?

<기자>

네 맞습니다.

현재 유전자 분석 장비 업체 가운데선 미국의 일루미나와 중국의 베이징 지노믹스 인스티튜드, BGI가 독보적인데요.

두 기업 모두 2세대 유전체 분석법으로 알려진 차세대 염기서열 시퀀싱 즉 NGS를 적용한 장비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중국 BGI의 자회사 MGI가 최근 한 사람의 전체 유전자 검사 비용을 100달러, 우리돈 13만원 정도로 낮췄습니다.

경쟁사인 일루미나의 절반 수준인건데요.

빠르면서 더 싼 가격의 유전자 분석 장비를 통해 수요자의 접근성이 보다 높아진 겁니다.

<앵커>

유전자 분석 검사 비용이 낮아지면 어떤 변화가 있는 건가요?

<기자>

앞서 언급한 암과 치매 등 각종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 뿐 아니라 맞춤형 치료, 정밀 의료가 보급화 되는 길이 열립니다.

쉽게 말해 자신의 게놈 지도를 가지고 다니면서 자신에게 맞는 음식과 약을 먹는 것은 물론, 진료 결정, 맞춤형 음악까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에 빅뱅이 예고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의 빅뱅이 예고되는데, 국내 기업들은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건가요?

<기자>

NGS 적용 장비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사업에 한층 더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 바로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마크로젠인데요.

마크로젠은 미국 일루미나의 검사 장비의 유통 파트너 중 유일한 국내 기업입니다.

이미 일루미나의 검사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25년 넘게 3만건 이상의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수행하며,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의 핵심기업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수준의 게놈 서비스 업체인 테라젠바이오도 주목할 기업으로 꼽히는데요.

테라젠바이오는 한국인 인간게놈 지도를 지난 2009년에 세계 최초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세계에서 5번째로 개인 유전체를 해독하는 성과를 낸건데요.

이를 시작으로 호랑이, 돌고래 등 동물은 물론, 대장암과 구강암 유전체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국내 최초로 게놈 연기서열을 해독하고, 세계 최초로 암 세포에서 형질전환증식인자(TGF-β)수용체 유전자의 결손과 돌연변이를 밝혀낸 메드팩토 역시 기대할만 하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이들 기업 외에 또 주목할 기업은 어디가 있을까요?

<기자>

IT 기반의 헬스케어 기업 역시 기대해볼만 하다는 진단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는데요.

진단과 질병이란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기 위해선 IT 기술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가운데 카카오가 지난 2022년 출범한 카카오헬스는 이미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지니너스와 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비대면 헬스케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관련해 전문가의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 : 진단을 받고자 하는 수요층들과 함께 그런 부분들(유전자)을 관리하고, 개인정보라는 민감한 정보를 어떻게 데이터 마이닝(데이터 속 유용한 정보 발견) 하느냐가 기본적으로 IT 기술을 기반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IT 기반의 영향있는 기업들이 그런 서비스, 그런 영역들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잠재력 내지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생명윤리 문제로 여전히 질병 예측에 게놈 분석 활용이 다소 제한적인 만큼, 과학의 진보와 생명윤리와의 절충점을 찾기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IT·바이오부 박승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