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지도부에 도전하는 최고위원 대진표가 10일 확정된 가운데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주류의 성적이 확연히 엇갈렸다.
총 13명이 각축을 벌인 최고위원 예비경선은 책임당원 6천명을 대상으로 치러진 여론조사 컷오프 결과, 김병민 김용태 김재원 민영삼 정미경 조수진 태영호 허은아 후보 8명으로 압축됐다.
박성중·이만희·이용 등 친윤계 현역 의원 3명이 모조리 탈락한 것이다.
박성중·이만희 의원은 각각 수도권과 대구·경북(TK)에 기반을 둔 재선 의원이다. 이번 예비경선을 치른 후보 가운데 '최다선 현역'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초선 중에서도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당내 친윤계가 주도하는 의원 모임 '국민공감' 회원이다.
친윤 현역들이 고배를 마신 반면 '친이준석계'로 불리는 허은아 김용태 후보는 모두 본경선에 진출했다. 여기에 천하람 당 대표 후보와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까지 '이준석 사단' 4인방이 전원 생존했다.
현역 의원·원외 당협위원장을 다수 포섭하며 '조직력'을 최대 강점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온 친윤계로서는 당혹스러운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엇갈린 성적표를 두고 친윤계는 후보군이 난립하며 표 분산이라는 역효과를 봤고, 친이준석계는 2명이 압축적으로 표를 결집했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이는 결국 친윤계가 자신해온 '조직 투표'가 예상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으로도 이어진다.
반면, 친이준석계의 약진은 중도성향·청년층 당원 표심에서 강한 영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싸고 갈등과 당내 잡음을 불러온 친윤계에 대한 반감에 따른 반사 효과를 누렸다는 해석도 있다.
한 최고위원 주자는 이날 통화에서 "친윤계가 앞장서서 친이준석계가 선전할 토양을 만들어준 셈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친윤계 한 의원은 "애초 친윤계임을 자처하거나 친윤계의 지지를 받는 후보들이 많았다"면서 "친윤 후보 일부가 탈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판세가 본선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최고위원 본경선 투표는 '1인 2표제'다. 1∼4위 득표자가 최고위원에 선출되는데, 4명 중 여성이 없으면 4위 대신 5위 이하일지라도 여성 최다 득표자가 최고위원이 된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쪽에선 여성인 허은아 후보와 김용태 후보를 각각 1명씩 찍으면서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 전 대표는 SNS에서 "개혁 후보 네 명 전원 본선 진출. 오늘부터 꿈은 이루어진다"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를 전했다.
천하람 당대표 후보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혁 후보팀'의 출발이 빠르지 못했음에도 개혁을 원하는 많은 당원이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비해 나머지 본선 진출자 6명은 사실상 전원이 친윤계로 분류되거나 지지층이 겹치는 만큼 표가 분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수진, 정미경 후보의 경우 '여성 몫' 표 결집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청년 최고위원도 친윤계에서는 김가람 장예찬 후보 2명이 본선에 진출했지만, 친이준석계의 경우 이기인 후보 1명이 맞서는 구도가 도드라져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컷오프 결과로 위기감을 느낀 친윤계가 내부적으로 '교통정리'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친윤계의 한 인사는 통화에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고 말했다.
한편, 비주류로 분류되는 당권주자 안철수 후보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이준석계 컷오프 약진'에 대한 입장을 묻자 "다양한 사람이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었다. 현명한 당원분들의 선택을 믿는다"고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안 후보와 국민의당 시절부터 함께했던 문병호 전 의원, 안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지성호 의원은 각각 최고위원, 청년 최고위원에 도전했지만, 컷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