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美·中, 관계 악화에도 역대 최대치 교역량

입력 2023-02-10 15:50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첨예해지고 공급망이 분리되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양국의 교역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은 5천368억 달러(약 678조원)로 전년보다 6.3% 늘어 역대 최대였던 2018년의 5천385억 달러(약 681조원)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1.6% 증가한 1천538억 달러(약 195조원)였다. 이에 양국 간 총 무역 규모는 6천906억 달러(약 873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미·중 무역 증가가 미국의 전 세계 대상 무역이 늘었기 때문이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을 줄이려고 했는데도 늘었다고 지적했다.

작년 미국의 전체 수출은 3조97억 달러(약 3천805조원)로 전년보다 17.7% 증가했고, 전체 수입도 3조9천578억 달러(약 5천조원)로 16.3% 늘었다.

트럼프 정부는 불공정 경쟁 등을 이유로 2018년 7월부터 무역법 301조를 토대로 광범위한 중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지난해 미국 기업의 중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은 미국 내에서 수요가 많은 휴대전화, PC, 태양광 같은 제품의 주요 공급국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는 많은 중국산 제품에 적용됐지만, 휴대전화나 노트북, 게임기 등 인기 수입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아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 이들 제품의 수입이 늘어났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본 선임 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7월∼2022년 8월 관세 적용을 받지 않는 중국산 제품의 미국으로의 수입은 늘어났지만, 문제의 25% 관세가 붙는 제품 수입은 22% 줄었다. 관세는 주로 반도체나 자동차 부품, 철강과 같은 중간재를 겨냥했다.

미중 무역량 자체는 늘었지만, 미국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전보다 줄었다. 과거에는 중국 제품에만 의존하던 미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나 멕시코 등지로 수입처를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미국의 베트남산 물품 수입량은 174%, 대만산은 117%, 인도산은 76% 각각 늘었다.

작년 미국의 상품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6.5%로 2017년의 21.6%보다 작아진 반면 나머지 아시아 국가의 비중은 20.9%에서 24.8%로 커졌다.

최근 미·중 관계는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본토 영공 침범 문제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 정찰풍선 문제로 방중 일정을 전격 연기했고 중국은 미국의 풍선 격추에 대해 항의하고 나섰다.

이코노미스트들과 무역회사 임원들은 미·중 관계가 앞으로 몇 년간 미국의 전반적인 무역에서 중국의 상대적인 입지를 압박하리라 전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산업 활성화를 위해 여러 보조금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지원에 390억 달러(약 49조3천억원), 연구개발(R&D)·인력 개발에 132억 달러(약 16조7천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법이나, 북미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이 포함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