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가는 비행기 뜬다더라"…카불공항 아수라장

입력 2023-02-10 13:17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강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돕겠다고 나서면서 1년 반 전 '탈출 러시'가 펼쳐졌던 카불 국제공항에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탈레반 정부 발표 후 구호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아프간을 떠나기를 원하는 주민들이 무작정 공항으로 달려간 것이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 카불 국제공항에는 수천 명의 아프간 주민이 몰려들었다. 여성과 어린이까지 포함된 인파는 여행용 가방조차 없이 추위와 어둠을 뚫고 앞다퉈 공항을 향해 달렸다.

쇄도하는 주민을 막기 위해 공항 치안 병력은 공포탄을 쐈고 일부 주민은 구타당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공항으로 몰려든 것은 탈레반 정부가 최근 강진이 발생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자원 봉사자를 태운 구호 비행기를 띄운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앞서 같은 날 탈레반 정부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1천500만 아프가니(약 2억1천만 원)에 달하는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항 근처에서 3시간을 기다린 주민 압둘 가파르는 AP통신에 구호 비행기를 타고 튀르키예로 가면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고 아프간에서 벗어날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심각한 경제난으로 아프간 상황이 갈수록 절박해지자 주민들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탈출하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카불 공항에서는 2021년 8월에도 대혼란의 아수라장이 펼쳐진 바 있다.

예상보다 빨리 카불이 탈레반에 의해 장악되자 서둘러 국외로 탈출하려는 외국인과 주민이 몰리면서다. 절박함에 몰린 이들은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렸다가 공중에서 떨어져 숨지기도 했다. 총격에 사망한 이도 나왔고 철조망 너머 외국군에게 아기를 넘긴 이도 있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