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으로 쓴 자기소개서로 입사 시험을 통과한다면 법적 처벌이 가능할까?
오픈AI(OpenAI)의 챗봇 챗GPT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의 자기소개서 작성에도 적극 활용될 거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두고 '자기소개서 대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현행법상 실제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타인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기업이나 학교에 제출하는 것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또는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자기소개서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작성한 '대필'인 경우에 한한다.
수험생 또는 취업준비생이 챗GPT의 도움을 받아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더라도, 내용을 일정 수준 이상 수정하거나 추가할 때에는 '대필'이 아닌 '첨삭'으로 간주한다. 이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챗GPT로 자기소개서를 쓰더라도 대부분 이를 토대로 보완을 하거나 고칠 것"이라며 "결국 이는 외부의 도움을 받은 정도일 뿐, 대필로는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챗GPT로 100%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그대로 대학이나 회사에 제출하더라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나, 실제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하는 건 녹록지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재판에서 자기소개서 대필을 입증하려면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메신저 대화 내용, 대가로 오고 간 금전 등의 증거가 필요한데 챗GPT를 이용하면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직 검찰 간부는 "통상 대필 사건은 대신 써준 이가 자백을 하거나 증인이 진술하며 금전이 오갔다는 점 등을 입증해야 공소사실이 구성될 수 있다"며 "서버가 외국이면 압수수색도 쉽지 않아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챗GPT 표절을 적발하는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지원자 각자의 정보·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자기소개서에서 어디까지를 처벌 가능한 '표절'로 볼 수 있는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다.
챗GPT가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그대로 가져와 썼더라도 내용에 명백한 허위 사실이 없으면 형사 처벌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번역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챗GPT 역시 사람의 업무를 돕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챗GPT를 통해 쓴 자기소개서 역시 '도구를 이용해 본인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자기소개서 내용에 명백한 허위가 없다면 이를 업무방해나 공무집행 방해로 의율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회사나 대학이 자체 판단하에 불이익을 주는 정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처벌"이라고 말했다.
이렇기 때문에 올바른 기술 발전을 위해 신속히 법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AI를 악용했을 때 우려되는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있는 만큼, 기술 발전에 발맞춘 법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로백스 김후곤(전 서울고검장) 변호사는 "신기술인 챗GPT 장려 정책도 필요하지만, 로봇이나 AI가 기존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예컨대 인터넷 자료를 검색하듯 챗GPT를 활용해도 좋으나 똑같이 제출해서는 안 된다든지, 아예 활용해서는 안 된다든지 조건을 제시한다면 업무방해죄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