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시간 7일 오후 12시 30분, 워싱턴 이코노믹 클럽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시장의 예상보다도 훨씬 뜨거웠던 1월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파월 의장의 첫 메시지가 이 자리에서 나왔지요. 인터뷰 대담은 칼라일의 회장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 진행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FOMC와 다르지 않은 수준의 발언을 이번 인터뷰에서도 유지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지난해 9월 잭슨홀 미팅에서 보였던 단호했던 모습과 어조는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변호사 출신 답다' '기름장어 같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허나 인터뷰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연준이 유지하고 있는 일관적인 기조는 관측됩니다. 고용과 인플레이션을 중심으로 오늘 나온 발언들 살펴보겠습니다.
▲강력한 1월 고용, 연준도 놀랐다
인터뷰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매끄럽게 진행됐습니다. 루벤스타인의 첫 질문에 청중들의 웃음이 터졌죠. "혹시 연준은 1월 고용 수치가 이렇게 높을 것을 알고 있었느냐?"라는 한 마디였습니다. 파월 의장은 "(1월 고용수치는)내가 아는 다른 모든 이들이 생각한 것보다도 강했다"고 말하며 답변을 해나갔습니다.
맥락이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지난 2월 FOMC 이후 시장은 연준과의 시각 차이를 재확인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겠지만 연준은 그것이 생각보다 조금 느릴 것으로, 시장은 생각보다 더 빠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당시 파월 의장의 입에서 나왔을 때 시장이 환호했었죠. 같은 자리에서 파월 의장이 내놓은 "금리 인상이 몇 차례 더 있어야 할 것" "연내 금리 인하는 적절치 않을 것"이라는 말(오늘도 같은 발언을 했습니다)은 시장이 귀담아 듣지 않은 듯 했습니다.
그러다 예상치(19만 명 이하)보다 훨씬 높은 고용 수치(51.7만 명)를 확인한 시장이 다시 파월의 입에 주목하기 시작한 겁니다. 파월 의장이 시장보다 더 정확히, 혹은 더 빨리 알고 있는 게 있는지 궁금해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첫 질문으로 돌아가면, 파월 의장의 답은 일견 싱거워보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말 대신에, "우리는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답을 내놓은 겁니다. 뒤이은 루벤스타인의 질문에 "어떤 데이터는 회의 직전에 받아볼 수 있지만 극소수의 데이터만 그럴 뿐"이라고 말했고요. 사실 이 질문이 갖고 있는 함의는 '연준이 강력한 고용 통계를 접하고 나서도 기준금리 인상폭을 '겨우' 25bp로 한 것인가'였을 수 있으나, 파월 의장은 이 질문을 피해나갔습니다. 현재 고용 시장이 특별할 정도로 강하다는 말은 잊지 않았지만, 그것은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내 고용 둔화 예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파월 의장은 이 자리에서 노동시장은 현재 '최대고용' 상태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산술적으로는 모두 취업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최신 데이터 기준 미국의 실업자 수 대비 채용 공고수가 1.9에 달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지요. 파월 의장은 올해 안에 고용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준금리를 높이면 고용시장이 지금보다 냉각되며 고물가 현상이 꺾이고,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관리 목표치인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2%선에 안착시키는 것이 연준의 시나리오입니다.
문제는 고용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예상보다 높게 유지될 경우입니다. 지금은 고용이 유난히 뜨거운데도,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급상승하지 않은 이례적인 상황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고용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뤄진다면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이 잡히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걱정은 커질 겁니다. 파월 의장도 "앞으로 확인되는 경제 지표들이 계속해서 강하다면, 연준이 몇 차례 더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연준이 말하는 모든 수치와 전망은 앞으로 들어오는 경제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유보적인 대답도 함께였습니다(시장 일각에서 파월 의장의 화법에 대해 '변호사 답다'라는 비아냥 섞인 평가를 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을 겁니다).
▲칼라일 회장이 틀린 한 가지…'인플레 목표 수정은 없다'
파월 의장은 직설적인 질문에도 '변호사 출신 답게' 원론적인 태도를 유지했지만(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서도 명확한 숫자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한 가지 질문에 대해서만큼은 명확히 답했습니다. 인플레이션 관리 목표를 2%에서 높일 생각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이 질문을 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관리 목표를 3%로 높일 수 있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인물입니다. 과거 여러 인터뷰에서 확인되었듯 말입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2%에서 3%로 높이게 된다면, 쉽게 생각하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덜 낮춰도 된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자산시장이 환호할 수 있는 시나리오 하나가 생기는 셈인데 파월은 이 가능성만큼은 원천 차단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물가 목표 관리 표준이 2%이기 때문에 이를 바꾸려 생각하지 않는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자산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창립자의 시나리오도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장면이었습니다.
▲걱정은 주택 제외 서비스 인플레
결국 증시의 변곡점은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빨리 꺾이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 연준이 걱정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파월이 이야기한 것 가운데 하나는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 문제입니다. 하반기로 들어서면 서비스 부문에서 주택 관련 인플레이션은 꺾일 조짐이 보이지만, 주택을 제외한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이 꺾인다는 데이터를 아직 보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경기 재개 문제도 연준이 우려하는 요인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연준은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관리목표인 2%대로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내년까지라고 본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이같은 전망에 근거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