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새 총재에 현 부총재 유력...금융완화 전망에 엔저

입력 2023-02-06 17:22


일본 정부가 오는 4월 임기가 끝나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후임으로 아마미야 마사요시(67) 현 부총재를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6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정부와 여당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가 아마미야 부총재에게 차기 총재 자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현 부총재이자 금융완화 정책에 관계해 온 아마미야가 적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마미야 부총재는 1979년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 입행했다. 금융정책을 기획·입안하는 기획 분야에서 주로 일했고, '미스터 BOJ'로 불린다. 구로다 총재가 2013년 총재에 취임한 이후에는 기획담당 이사와 부총재로 보좌했다.

아마미야 부총재는 일본은행의 2001년 양적완화 정책, 2010년 포괄적 금융완화, 2013년 대규모 금융완화, 2016년 장단기 금리조작 등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대부분의 금융정책에 관여했다. 그의 부총재 임기는 오는 3월 19일까지다.

현지 언론은 총재 후보군 가운데 구로다 총재의 측근이자 이른바 '비둘기파'(금융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아마미야 부총재가 자리를 이어받을 경우 금융완화 정책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와 관련해 아마미야 부총재는 지난해 9월 26일 전국증권대회에서 "일본은행은 경제를 확실히 지지해 임금 상승을 동반한 형태로 물가 안정의 목표를 지속적, 안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금융완화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금융계 관계자를 인용해 아마미야 부총재가 현실의 어려운 문제에 대응해 온 초일류 전문가로, 그가 성과를 쌓아 올려 구성한 것이 대규모 금융완화라고 소개했다.

또 아마미야 부총재가 '마차가 다니지 못하는 다리'라는 안내문을 본다면 자동차는 통행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입안해 왔다고 평가했다.

구로다 총재는 대규모 금융완화로 디플레이션 탈피에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으나 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로 4%에 달하는 고물가와 일본은행의 국채 과도 보유 등 부작용도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3월에 취임한 이후 대규모 금융완화로 대표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를 10년 가까이 뒷받침한 구로다 총재의 임기는 4월 8일까지다.

기시다 총리는 여당 등과 조율해 신임 총재와 부총재 2명을 포함한 인사안을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5년 임기의 총재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양원의 동의를 얻은 후 총리가 임명한다. 그는 1년에 8회 개최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의장을 맡는다.

아마미야 부총재가 일본은행의 차기 총재로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달러당 132엔대까지 상승하며 지난 3일 오후 이후 4엔 가까이 올랐다.

차기 총재 아래에서도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에 시장에서 엔화 매도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엔화 약세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본 정부는 아마미야 부총재 타진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소자키 요시히코 관방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로다 총재의 후임 인사에 대해서는 그 시점에서 일본은행 총재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분을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관측기구를 올렸다. 확실하게 검토를 지속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