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화 > 연준이 새긴 ‘속도조절’이라는 글씨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금리 인상’라는 단어를 그 위에 다시 덮어써야 하게 생겼습니다. 미국의 고용시장이 역대급으로 뜨겁다는 방증이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강화에 대한 관측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고요, 달러화는 즉각 초강세로 뛰어올랐습니다. 미국의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시장의 예상치보다 무려 3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고, 실업률도 1969년 5월 이후, 5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연준의 매파적인 기조가 더 오래 갈 것 같다는 전망들이 강하게 힘을 얻고 있는데요, CNBC의 대표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 역시, 시장이 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잘 견딜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3월 FOMC 회의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점과 각종 대기업들이 잇따라 인력 감축을 발표하고 있어 노동시장이 곧 꺾일 것 같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연준의 긴축 행보를 미리 예측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일축했습니다. 또,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상향 조정 가능성이 낮아 공무원의 대량 해고로 이어질 수 있어, 이번 수치가 일시적일 확률이 높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FX 엠파이어는, 대중들이 주목하지 못하고 있는, 시간당 평균 임금의 상승세 둔화도 유의미하다며, 추후 노동시장 열기의 완화를 내다볼 수 있는 신호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유로화, 파운드화 >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이 빅스텝을 선택했지만,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며칠째 약세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의 긴축 주기가 끝나간다는 진단들이 꾸준히 등장해서인데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오는 3월에도 빅스텝을 선택하겠다고 예고하기는 했지만, 3월 이후에는 ‘후속 경로’를 평가하겠다고 말했고요, 영란은행도 금리 인상의 종료를 확신하기에 이르다고는 했지만, 영란은행의 금리 결정문에는, 다음 번에는 금리 인상 폭을 0.25%p로 낮출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또, 미국의 고용지표가 달러화를 순식간에 끌어올린 것도, 유로화에 상대적인 하방 압력을 가했고요, 지난주 한때 달러화 대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던 유로화는 이후 꾸준히 약세 골이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그런가하면, 파운드화의 약세를 견인한 동인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영국의 1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 PMI가 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는데요, 기업과 개인의 지출이 모두 줄어든 탓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 엔화 >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고공행진하면서,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와의 간격이 크게 벌어졌습니다. 한동안 강세를 지키던 엔화는 약세로 전환됐는데요, 관련해 CNBC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펀드가 약 143억 달러로, 네 분기 연속 손실은 물론이고, 20년 만에 최장기 적자를 기록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 위안화 > 위안화는 엔화보다 더 오랫동안 강세를 굳히다가 지난 금요일에는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관련해 국제통화기금 IMF의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인 토마스 헬블링은 중국의 부동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중국 당국의 노력도 칭찬할 만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중국의 성장을 저해하는 걸림돌 중 하나로 꼽혀왔는데요, 중국은 일찍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에게 인수합병과 자금 조달 재개를 허용하는 지원책을 내놓은 바가 있습니다.
< 파키스탄 루피화 >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파키스탄의 물가 상승률은 무려 27.6%를 넘어서며, 최근 1%의 금리 인상을 강행했던 파키스탄 당국의 노력도 역부족이었습니다. 48년 만에 최악의 물가에 직면하며, 국가 부도 위기까지 맞닥뜨린 파키스탄에, 국제통화기금 IMF가 긴급 구제금융 제공을 협상하러 방문해 성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고, CNBC가 알렸습니다. 현재 7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협상 중인데요, 다만,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파키스탄 정부는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는 등, 일부 조건들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 때문에 이를 따르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 국제유가 > 미국의 일자리 보고서가 달러화의 강세로 귀결됐고요,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와 함께 달러 외의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원유 수요가 낮아지며 유가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또, 오늘부터 유럽연합의 러시아산 정제 유류제품 금수 조치가 드디어 시행되는데요, 디젤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해서는 100달러로, 중유 등 저부가가치 제품에 대해서는 45달러로 상한선을 정했습니다. 유럽연합이 러시아산 디젤 수입을 금지하면, 러시아의 디젤 수출이 하루 약 2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요, 유럽은 미국이나 인도에서 대신 디젤을 수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러시아는 아프리카와 남미, 그리고 아시아 지역에 대한 디젤 수출을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가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앞으로 에너지 공급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 천연가스 >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토요일, 미국 북동부 전역에 최악의 한파가 도래했다고 긴급 보도했습니다. 다만, 바로 다음 날이었던 일요일에는, 급격한 기온 상승이 뒤따르며, 천연가스는 내림세를 연출했습니다.
< 곡물 > 별다른 소식은 없었던 가운데, 달러로 표기되는 농산물 전반이 하락했습니다. 대두유와 커피가 가장 크게 빠졌고요, 상승불을 켠 건 옥수수 정도였습니다.
< 금속 > 금리 속도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불식되며, 금과 은은 가파른 내리막길에 탑승했습니다. 금은 3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고요, 팔라듐과 백금도 급락했습니다. 또, 중국이 경기 재개에 나섰지만, 중국의 금속 수요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분석 속에, 산업용 금속은 모두 낙폭을 키웠습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리오프닝이 금속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암호화폐 > 미국의 고용 열기에, 시총 1위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2만 3천 달러선 부근에서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복세와 약세장 진입에 대한 의견들은 여전히 서로 엇갈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