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사무총장 내정설'이 퍼지는 가운데 장 의원이 자세를 낮췄다.
당내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는 장 의원은 2일 "어떠한 임명직 당직도 맡지 않겠다"고 SNS 글을 통해 밝혔다. '임명직 당직'은 사실상 사무총장을 의미한다. 그는 "일부 (당 대표) 후보 측에서 '장제원 사무총장설'을 퍼뜨리며 정치적 음해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후보가 3·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될 경우 장 의원이 '실세 사무총장'이 돼 내년 총선 공천을 좌우할 것이라는 주장을 두고 한 말이다. 당 조직관리를 맡는 사무총장은 통상적으로 공천관리위원회에도 부위원장으로 들어가 실무를 총괄한다.
장 의원의 이 같은 선언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8월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선거대책본부에서도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8월과 최근의 상황은 다르다.
'이준석 사태'로 당정이 극심한 내홍에 빠지고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급락했던 지난해 8월에 그는 이른바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서 사태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2선으로 후퇴했다.
이번에는 전당대회가 이유다. 2선 후퇴 이후 정치적 행보를 극도로 자제하던 장 의원은 지난해 말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특히 지지율이 미약했던 김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의도 정치의 전면에 다시 나섰다.
김 후보는 장 의원의 지원 사격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 후보에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이 실린 것으로 평가되면서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안철수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를 기점으로 김 후보가 안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으로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면서 친윤 그룹의 위기감이 커졌다.
'불출마 압박' 과정에 장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정치권의 해석, 그리고 윤 대통령의 측근이 특정 후보와 손잡고 과도하게 전당대회 판도를 쥐고 흔들려 한다는 거부감 등이 장 의원의 이날 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꼽힐 수 있다.
장 의원이 윤 대통령 집권 기간 '자기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거듭 선을 그으면서,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외부에 드러난 행보나 공격적 메시지는 가급적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 전날 자신이 주도했던 친윤계 모임 '국민공감' 행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장핵관'(장 의원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던 친윤 그룹 의원들은 나 전 의원 불출마 때와 마찬가지로 안 후보를 향한 공세를 지속할 분위기다. 이날 일부 의원들이 SNS글이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의원을 '저격'했다.
안후보측 한 인사는 입장문을 내고 "집단린치의 불길한 기운이 전당대회장 주변을 또다시 감돌기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장 의원은 비록 약속대로 사무총장직을 맡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막후에서 '실력자'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