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6월 이후 이어진 강도 높은 금리 인상 기조에서 벗어나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대로 0.25%포인트 인상하자 국내 증시에서도 안도감이 번졌다.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78% 오른 2,468.88로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1.82% 오른 764.62로 마감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이날 하루 5천억원 넘게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닥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천억원, 1천800억원대 주식 순매수를 보였다.
국내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줄인 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긴축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 상승 둔화)이 시작됐다고 언급한 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서 열린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92포인트(0.02%) 오른 34,092.96으로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05%, 2.00% 올랐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최근 완화됐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며 긴축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개선되는 등 상품 가격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됐지만, 주택시장과 서비스업에는 아직 이런 움직임이 없다면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월가와 국내 시장에선 연준이 0.25%포인트 한 차례 더 인상하고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즉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FOMC 결과가 외형적으로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로 가깝다고 보는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연준에서 가장 핵심 키워드는 디스인플레이션"이라며 "디스인플레이션 시대에 진입했다는 파월 의장의 언급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이 매파적 입장을 유지했으나 처음 공식적으로 인플레이션 둔화를 언급한 것이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기 충분해 시장에 안도를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내 금리하락 사이클이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며 "이번 FOMC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국내 증시에 긍정적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파월 의장이 시장에서 선반영한 금리 정책 전환에 대해 '그럴 수도 있다'는 식의 입장을 보여줘 시장이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이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을 보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선 주가에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긴축 정책보다 경기 흐름이 더 중요하다며 증시는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연착륙을 기대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금리 인하 시점을 시장 기대처럼 앞당겨선 안 된다"며 "자산시장의 가격 회복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연초 이후 상승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낙관을 하기에는 성급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스피는 2,500 수준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2,600∼2,700까지를 논하기엔 한쪽으로의 쏠림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앞으로 시장의 관점이 통화정책보다 경기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시장이 위험선호적으로 더 움직이긴 어렵고 이번 연준 결과에 따른 증시 반응은 단기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 서 센터장은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국면에 있는 건 맞지만 더 강하게 오르려면 기초여건(펀더멘털), 기업 실적이 개선돼야 한다"며 "주가 상승의 강도나 속도는 펀더멘털 뒷받침이 더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키움증권 김 센터장도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사이클에서 아직 증시와 기초여건 간 괴리가 있다"며 "증시는 당분간 위험 관리를 병행하면서 저점이 높아지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