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부동산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3-01-30 17:12


2023년, 토끼의 해가 밝았다. 계묘년을 맞아 경기, 금리, 주가, 환율, 부동산 예측방법을 다룬 데 이어 실제로 주식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주부터는 부동산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룬다.

부동산 가격으로 본 세계 경기는?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주택가격이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를 바탕으로 부채를 통해 부동산과 같은 실물에 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믿는 이른바 ‘채무-디플레이션 신드롬(debt-deflation syndrome)’이 확산되면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매월 주거용 집값 상승률이 발표될 때마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집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나가고 있다.

현시점에서 세계 집값이 거품이고 지금의 급등세가 꺾이면서 붕괴로 이어진다면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경기 회복세가 그 어느 때보다 자산 효과에 크게 기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시 침체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 추진에 주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한국 경기는 그 이상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효과란 주식과 부동산 가격변화에 따라 민간소비가 증가해 경기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말한다. 반대의 경우는 역자산 효과로 구별한다. 이런 자산 효과는 밀턴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과 프랑코 모딜리아니의 생애주기가설에 따른 소비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모든 가구는 생애에 걸쳐 소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어 현재 소득 뿐만 아니라 미래 기대 소득, 보유자산 가치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보유자산의 가치변동은 자산처분, 자산담보 대출 등을 통한 자금조달경로로 소비증가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역으로 자산가치 하락 때 소비지출 감소를 유발하게 된다. 가계소비의 자산 효과는 금융 제도 특성, 가계 자산구성, 금융자산 축적 정도, 주거형태 차이 등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 부동산의 자산 효과가 주식의 자산 효과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거용 집의 경우 그렇다.

옐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미국 주식자산이 1달러 증가하면 소비가 3∼4센트 증가하는 반면, 주택자산의 소비증대 효과는 1달러당 10∼15센트로 최소한 주식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집값이 떨어질 경우 소비에 미치는 역자산 효과는 같은 폭으로 상승할 때 가져다주는 자산 효과보다 더 큰 비대칭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점이 가세되기 때문이다.

국내 자산시장에 대해서는 주택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변화의 탄력성은 0.1 수준으로 미국의 사례를 기초로 한 그린스펀의 연구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지만 환금성이 높은 아파트의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변화의 탄력성은 0.23으로 세계 모든 국가 중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결국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세계 경기, 그중에서도 한국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뒷받침해 준다.

일단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는 이렇다. 갈수록 △미국, 한국 등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와있고 △금융기관들의 주택자금 부실화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정보기술(IT)→주가→달러화 가치로 이어진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부동산 부문도 거품 붕괴는 필연적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부동산 거품 붕괴론이 주목을 받는 것은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하거나 고용사정 악화로 소득이 감소할 경우 부채가 급증한 가계를 중심으로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Fed를 중심으로 테이퍼링 논의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이 점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반면, 부동산 거품 붕괴 경고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번의 부동산 가격상승은 실수요를 반영해 투기적인 징후가 거의 없고 지금의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당분간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반박한다. 미국의 경우 금리 인상은 2023년에 가서야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고령인구비율 증가 등 인구구성 변화로 부동산 경기는 연착륙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경우 가구주 연령이 45~50세인 2천70만 가구 중에서 76%, 35~40세인 2천4백40만 가구 중의 67%가 자가소유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갈수록 자가소유에 따른 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두 견해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번에 부동산 가격상승은 재료가 있는 지역은 가격이 높더라도 더 오르는 '차별화 장세(nifty-fifty)'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만큼 투기적인 요인이 아니라 실수요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 우려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이른바 세계 부동산 시장의 ‘빅 3’라 불리우는 국가들의 부동산 가격이 금리 인상을 계기로 떨어지더라도 급락할 가능성보다 부동산담보대출의 차환(借換)이 둔화되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 폭이 낮아지는 이른바 ‘질서 있는 진정국면(an orderly calming down)’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거품이 우려될 때에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평탄한 고원(高原)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세계적인 자산 디플레와 세계 경기의 침체 국면 전환 그리고 우리 경기의 일본식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낮아 부자보다 보통 사람이 더 안심할 것으로 보인다.

中 헝다 그룹 파산 위기…한국 부동산, ‘빚의 복수’ 서막인가?

1970년대 초반의 혼란이 스미드소니언, 킹스턴 체제를 거치면서 안정을 찾을 무렵 2차 오일쇼크로 1981년에는 스테그플레이션 위기가 닥쳤다. 1970년대 말까지 주류 경제학이었던 케인즈 이론으로 설명되지 못함에 따라 대처도 불가능했다. 침체를 막기 위해 총수요를 늘리면 물가가 앙등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총수요를 줄이면 경기가 더 침체되기 때문이다.

수급 이론으로 설명되는 경제 현상이 공급측 요인으로 바뀜에 따라 정책 대응도 전환됐다. 1980년대 초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인 아서 래퍼 곡선을 바탕으로 한 레이거노믹스, 즉 공급 중시 경제학이다. 세율 감소 등을 통해 경제효율을 증대시켜 공급 능력이 확대되면 경기도 부양되고 물가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계기로 친서방 정책을 표방한 사회주의 국가들이 대거 참여함에 따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한 국가만을 위주로 했던 제도적 틀이 포화점을 넘으면서 틈이 벌어졌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이 1991년 유럽통화위기다. 워낙 틈이 커서 그런지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6년 아시아 통화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움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 초 세금 감면으로 시작된 공급 주도 성장이 1990년대 들어 네트워크만 깔면 갈수록 공급 능력이 확대되는 이른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인터넷 혁명으로 연결되면서 고성장,저물가의 신경제 신화를 구가했던 미국 경제도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증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자산 거품의 심각성을 인식한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이 2004년부터 기준금리를 대폭 올렸다. 하지만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으로 시장금리는 더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더 심해진 부동산 거품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터지면서 2011년에는 국가신용등급마저 강등당하는 최악의 수모를 겪었다.

‘OOO1년’이 걸리는 10년마다 반복되는 위기 속에 2021년 9월에도 과연 낙인 효과가 발생할 것인가가 관심이 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저금리로 부채가 늘어난 데다 너무 많이 풀린 돈으로 주식과 부동산을 중심으로 거품이 심하게 끼었기 때문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 헝다 그룹의 파산 위기가 발생했다.

최대 관심은 헝다 그룹 파산 위기가 리먼 브러더스 사태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특정국 위기가 ‘리먼형’으로 확대될 것인지 아니면 ’국부형’으로 수렴될 것인지는 두 가지 요인에 결정된다. 레버리지 비율이 얼마나 높으냐와, 투자 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 하는 글로벌 정도다.

두 지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리먼급으로 확대되고 디레버리지 대상국에서는 위기 발생국보다 더 큰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가 발생한다. 2009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한 미국 금융사들의 이 두 가지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직까지 두 가지 지표가 낮아 헝다 그룹이 파산되더라도 리먼급 위기보다 그 충격이 중국과 주변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고 가계부채가 위험수위가 넘은 우리로서는 ‘빚의 복수’ 시작인 헝다 그룹 파산으로 2021년에 9월에 유포리아는 물 건너갔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