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면세점으로 번진 원하청 갈등

입력 2023-01-30 19:10
수정 2023-01-30 19:10
<앵커>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노동자들이 휴식권을 보장하라며 백화점·면세점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휴식권과 직결되는 정기휴무일이 유통업체 본사의 결정에 달려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인데,

최근 하청노조와의 교섭 의무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전효성 기자입니다.

<기자>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는 오늘(30일)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면세점은 연중무휴를 내걸고 있고, 백화점은 1월에 신정과 설명절이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2월 정기휴점을 시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며 의무휴업제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청인 백화점과 면세점이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습니다.

[김소연 /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위원장: 우리의 근로조건의 수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백화점, 면세점과의 교섭을 통해서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안전한 노동환경, 일과 삶 균형을 위한 방안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는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해있는 브랜드에 소속된 근로자들이 결성한 단체입니다.

백화점·면세점과 직접적 근로 계약관계는 없지만 점포 휴무는 유통업체 본사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판단해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고 나선겁니다.

유통가에서 하청노조가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한 첫 사례인데, 업계에선 최근 택배노조와 관련한 판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합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며 "하청노조인 택배노조와 교섭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자마자 비슷한 요구가 유통업계까지 번진 셈입니다.

이에 대해 백화점·면세점 업계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입니다.

설·추석 명절에 따른 정기 휴무는 수 년째 비슷하게 진행됐는데, 올해 들어 휴식권 침해를 주장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아울러 판매노동자의 휴식권 보장과 처우 개선은 이들과 직접 근로 계약을 맺은 회사(협력사)가 책임질 몫인데,

원청이 나설 경우 하도급법과 파견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협력사의 고유한 권리인 경영권이 무력화되기 때문입니다.

[A 유통업체 관계자: 협력사들이 워낙 많다보니까 백화점이 힘을 이용해서 (협상) 해달라 이런건데, 현실적으로 도급사가 협력사 브랜드에 (처우 개선을)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거든요…]

택배노조에서 시작된 원하청 갈등이 유통업계까지 번지며 산업계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