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교수 "올해 美 경제는 동시다발 아닌 순차 침체"…월가도 지지

입력 2023-01-26 10:16
수정 2023-01-26 10:48


올해 미국의 경제가 전통적인 경기 침체와 다른 ‘롤링 리세션(rolling recession, 순차 침체)’의 양상을 띨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모든 것이 동시에 쇠퇴하는 완전한 경기 침체를 보지 못할 것”이라며 “동시다발적인 경기 침체를 일으키려면 국내외에서 일종의 재앙이 필요하다. 나는 순차 침체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순차 침체’는 부문별 또는 국가별로 한 부분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 그 영향이 다른 부문으로 옮겨가며 발생하는 침체다. 경제가 광범위하게 한꺼번에 둔화되기보다는 여러 부문이 하나씩 차례로 연속적으로 쇠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손 교수는 “이것(순차침체)은 주택 및 재고, 그리고 산업 생산의 제조업으로 시작됐다”며 “이제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고 결국 기업 지출이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현재 미국은 오는 26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정치 발표를 앞둔 가운데 타 경제 지표들이 이미 둔화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생산 경기를 반영하는 ISM 제조업 지수는 29개월 연속 확장세를 종료하고 두달 연속 위축세를 보였다.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4로,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ISM 서비스업 지수도 30개월 연속 확장세를 종료하고 31개월 만에 위축세로 돌아섰다. ISM이 발표한 12월 서비스업(비제조업) PMI는 49.6로, 전문가 예상치인 55.1을 크게 밑돌았다.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해 기존 미국 주택 판매가 총 503만 건으로 전년대비 17.8% 감소했으며 2014년 이후 최악의 주택 판매였다고 발표했다.

찰스슈왑 또한 이러한 순차 침체 전망에 동의했다. 찰스슈왑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리즈 안 선더스(Liz Ann Sonders)는 최근 분석에서 “우리는 경기침체 대 연착륙이 아니라, 순차침체가 공식적인 경기침체 선언을 이끌어내지 않고도 계속될 수 있는지가 적절한 논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더스는 “순차 침체 이론을 지지한다”며 “주식이 경기 침체기에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통적인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모간스탠리 또한 이번 경기침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나타난 일부 경기 침체에 비해 비교적 양호할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모간스탠리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세스 카펜터(Seth Carpenter)는 “세계적인 경기 둔화가 진행 중이며 빠른 시일 내에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심각한 글로벌 붕괴를 기록하지 않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부터 올해까지의 둔화는 매우 현실적이지만 재앙처럼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손성원 교수는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과 LA한미은행 은행장 그리고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으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석좌교수를 지낸 바 있다. 그는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올해의 가장 정확한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해 2010년 블룸버그 선정 ‘정확한 경제 분석가’ 톱5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