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같이 올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재정 안정성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더 내고 더 받자는 취지이지만 결국 근본적인 문제인 국민연금의 재정 고갈 문제를 해소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서 900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기는 기존 2057년에서 1~2년 정도 더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30여 년 후에는 연기금을 다 쓰게 되는 것이다.
쌓아 놓은 연기금이 없어지면 당해 가입자들에게서 받은 보험금을 바로 연금 수급자한테 주는 식으로 국민연금 운용방식을 바꿔야 하는데 이경우 보험료율 즉, 국민 한 사람이 내야 하는 국민연금액이 소득의 3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매달 월 소득에서 30%를 떼어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재정 고갈 문제는 향후 국민연금 가입자들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에 이를 먼저 해소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더 내고 덜 받는 안은 어떨까?
이 또한 완벽한 답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많다.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국민연금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민연금만 갖고 노후 생활을 영위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처럼 부담을 더 늘리고 받는 돈을 더 줄인다면 아예 국민연금 제도를 없애는 게 낫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재정 안정과 소득 보장의 균형점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두 차례 연기와 두 차례의 개혁
국민연금은 시행은 1998년 이 지만 그 출발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립학교 교직원을 위한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과 함께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국민복지연금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석유파동으로 인한 경제 불황으로 1년 후로 시행이 한차례 보류된다.
또 1년 후에는 기업 부담 가중, 퇴직금 제도와 연금제도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 실업자가 많은 상황에서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로 무기한 연기된다.
이후 1980년대 주택난 해소에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나오면서 국민연금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고 1988년, 관련 법이 제정된 지 15년 만에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두 차례의 연기 끝에 어렵사리 첫발을 내디딘 국민연금은 1999년 시행 11년 만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이 즈음 '낸 것보다 더 적게 돌려받을 것이다', '그동안 낸 보험료도 돌려받지 못할 것이다'와 같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다.
불신의 뿌리는 재정 어려움이 예견되는 국민연금의 구조에 있었다.
출발 당시 연금의 사용목적이 '국가 자원 동원'이라는 정치적인 데 있다 보니 정부는 근거가 희박한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방안을 국민에게 제시했고, 연금구조도 탄탄하게 짜이지 못했다.
이에 1998년 첫 번째 연금 개혁이 단행됐다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연금을 받는 나이를 기존 60세에서 '13년부터 매5년마다 1살씩 2033년 65세까지 늦추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개혁을 단행한 이후에도 연금을 받는 고령층은 지속적으로 늘고 보험료를 부담하는 젊은 층 인구는 급격히 줄면서 연금 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07년 당시 정부는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그대로 두고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2008년 50%로 내린 뒤 2009년이후 매년 0.5%포인트씩 추가로 인하해 2028년에는 40%까지 내리는 방안을 확정했다.
두 차례의 개혁을 통해 내가 받는 국민연금액은 시행 초기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번 개혁에서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쪼그라든 국민연금 수급액을 늘린다는 취지가 강하지만 그만큼 보험료 부담도 늘어난다.
국민들의 노후생활 보장 확대라는 국민연금의 기본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개혁안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