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금난으로 궁지에 몰린 라이브커머스 '보고플레이'가 입점사에 지급하지 못한 판매대금이 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할인 쿠폰과 현금성 혜택을 쏟아내며 고객을 끌어모으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입점사에 큰 빚을 지게 된 건데,
류승태 대표가 간담회를 열어 회생 대책을 공개했지만 입점사들을 현실성이 없다며 질책을 쏟아냈습니다.
김예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최저가, 초특가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영업을 지속해오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VOGO)'.
1월 기준 보고플레이의 누적 부채는 500억 원, 밀린 판매대금만 366억 원에 달합니다.
피해업체만 615곳으로, 1억원 이상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곳도 70개가 넘습니다.
[보고 입접업체 'D식품사': 12월부터 현재까지 정산을 못 받은 정도에요. 3억 정도? 다른 회사도 3억에서 9억 물린 곳도 있고… 자체적으로 쿠폰을 많이 해서 할인율이 높아서 그것 때문에 판매가 많이 된 것 같아요. 엊그제까지도 계속 물건 보내고 있다가 (대금 지급 불가) 연락이 와서…]
한계 상황에 내몰린 것은 투자받은 돈으로 무리한 몸집 키우기 경쟁에 몰두한 결과입니다.
보고플레이는 판매가의 110%를 정산해주며 입점사를 늘리고, 소비자에겐 현금성 혜택을 쏟아내는 방식의 영업을 해왔습니다.
구조적 적자를 감수하는 방식이었는데, 벤처시장 투자 환경이 좋았던 시절엔 문제가 없었습니다.
설립 3년만에 누적 회원 100만 명을 모으고 거래액 규모도 키웠습니다.
하지만 자금 시장이 경색된 지난해 말부터 투자금이 바닥나고, 매출도 줄면서 판매 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한계 상황이 됐습니다.
궁지에 몰린 보고플레이는 오늘 채권단 간담회를 열고 입점업체에 기회를 달라며 읍소했습니다.
채권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파산이나 회생 절차 대신 최대한 자력으로 회사 정상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겁니다.
[류승태 / 보고플레이 대표: 어떻게든 이런 법적인 회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좀 회생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입점사분들께 제가 도움을 요청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입점업체들은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면서 보고플레이의 정상화까지 험로가 예상됩니다.
보고플레이의 몰락을 업계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C-LAB으로 시작한 보고플레이는 포스코기술투자, 기업은행 등으로부터 지난해 110억 원을 투자받을 만큼, 유망한 회사로 평가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보고플레이보다 자금 사정이 나빴던 곳은 물론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안심할 수 없게 됐습니다.
업계에선 수익 모델 없이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해 온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이 생존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