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시장금리 역전 현상…"7개월 후 금리인하 가능성"

입력 2023-01-18 10:35


새해 들어 시장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자 향후 기준금리 인하의 신호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 오르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지난 13일 연 3.365%로 마쳤다.

3년물 금리는 전날에도 연 3.484%로 집계되면서 사흘째 기준금리(연 3.50%)를 밑돌았다. 3년물뿐 아니라 국고채 2∼50년물 금리가 모두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채권시장 현상을 보면 투자자들은 연내 통화정책이 완화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시장과 기준금리 역전이 5거래일 이상 지속한 사례를 보면 이달까지 열 두 차례로 집계됐다.

최근처럼 기준금리 인상 시기이거나 또는 동결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되면서 시장과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빚어진 사례는 2008년 3∼4월, 2016년 2∼6월, 2019년 3∼6월 등이다. 2008년 3월 전후 당시 상황을 보면 1월 경상수지 적자가 26억 달러에 육박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경기 불안 우려감이 커졌다.

한국은행도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파적 입장과 달리 경기 하방 위험 확대를 강조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고 국채 3년물 금리는 3월에 6영업일 연속, 4월에 18영업일 간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한은은 그해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서 10월에 인하 기조로 돌아서 0.25%포인트와 0.75%포인트 내렸다. 금리 역전이 처음 발생한 지 7개월 만에 정책금리 기조가 인상에서 인하로 변경됐다.

2016년에도 2월부터 넉 달간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했고 한은은 6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25%로 인하했다.

기준금리 동결이 유지되던 2019년 3월 말 3년물 금리가 연 1.714%로 당시 기준금리(연 1.75%)를 밑돌았고 한은은 그해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당시 3년물과 기준금리 간 역전 폭은 최대 0.3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종합하면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8번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때 빚어졌고 3번은 수개월(3∼7개월) 후 금리 인하 사이클로 진입했다.

과거 2008년과 2019년 사례에선 직전까지 금리 인상 기조에서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현상이 발생했고, 수개월 뒤 기준금리가 인하됐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에서 성장 우려와 물가 하향 인식, 금융 안정 위험을 이전 대비 강조했다.

김명실 연구원은 "현재는 과거보다 물가 수준이 높고 한은의 물가 목표치(2%) 진입도 당장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 예상대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줄이고 1분기 안에 통화 긴축 사이클 종료와 경기둔화 전망이 공존한다면 국내 통화정책 운용 폭도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금리 역전 이후 기준금리 인하 때까지 3∼7개월이 걸렸다"며 "이번에는 3개월 후 금리 인하 단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7개월 후에는 대내외 여건에 따라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