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도심 한복판 빌라에서 70대 노인이 백골 시신으로 발견됐다. 6남매를 뒀지만 함께 살던 딸을 제외하고는 가족은 물론 이웃도, 담당 구청도 그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시신이 발견된 건 지난 11일 밤 늦은 시각 112 종합상황실에 신고 전화가 걸려오고 나서다. 신고자는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집에 찾아왔는데 함께 사는 언니가 문을 안 열어준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이 지령을 받고 출동해 신고 장소인 인천시 남동구 모 빌라에 도착했지만, 현관문은 여전히 굳게 잠겨 있었다. 손으로 두드려도 집주인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소방대원들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악취를 뚫고 들어간 안방 이불을 들추자 백골 상태의 시신이 나왔다.
백골 시신은 집주인인 A(사망 당시 76세·여)씨였다. 집 안에서 발견된 종이 한 장에는 '엄마가 숨을 쉬지 않는다. 2020년 8월'이라고 적혀 있었다.
메모 작성자는 A씨와 단둘이 살던 셋째딸 B(47)씨였다.
A씨는 6남매를 뒀으나 서로 간 연락이나 왕래가 없다 보니 B씨를 제외한 가족 누구도 사망 사실을 몰랐다.
경찰은 6남매의 아버지가 1995년 사망한 뒤 가족을 연결할 구심점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웃들 역시 A씨 시신이 부패해 백골이 될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전혀 알지 못했다.
이웃뿐 아니라 관할 행정복지센터도 몰랐다. 2011년 5월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으나 2년 뒤 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데다 셋째 딸과 함께 살아 관리 대상 홀몸노인도 아니었다. 빌라도 A씨 명의로 돼 있었다.
경찰은 B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구속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이 끊길까 봐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직업이 없는 B씨는 매달 어머니 몫으로 나오는 기초연금 30만원과 국민연금 20만∼30만원으로 생활한 것으로 파악됐다. 어머니 사망 후 28개월간 A씨가 대신 받은 연금은 1천500만원 안팎이다.
B씨에게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한 경찰은 연금 부정 수급과 관련한 혐의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4일 "부검 1차 소견으로는 A씨 시신에서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부검으로도 사망 시점이나 사인을 특정할 수 없어 추후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