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찌부' 안 하는 유방암 검사, 아시아 최초 국내 도입 [김수진의 5분 건강투자]

입력 2023-01-14 09:00
수정 2023-01-14 10:16


"찍어봐서 알아요, 너무 아파요."

'유방 검사는 X선(X-ray)으로 하고 있는데, 왜 값비싼 다른 기기를 도입할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최선형 영상의학과 전문의(퀸스유의원 원장, 前강북삼성병원 교수)의 말이다. 그는 최근 국내 최초로 아프지 않은 유방 검사 기기 'nu:view'를 도입했다. 해당 기기는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1호이기도 하다. nu:view의 기기 가격은 15~20억에 달한다.

●X선 검사, 유방 강하게 압박…"아프고 창피"

여성이라면 누구나 유방 X선 검사(맘모그램)를 한다. 건강검진 목적이다. 만 40세 이상 여성은 국가건강검진에도 포함될 정도다. 유방 X선 검사는 모든 유형의 유방암 발견에 효과가 있지만,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첫 번째는 유방에 '강한 압박'이 가해진다는 점이다. 찌부러뜨리는 수준이다. 급소를 강하게 누르니, 검사 받는 여성은 매우 아프다. 흉부 X선 검사가 압박이 전혀 없다는 점과 비교하면 압박강도는 매우 심하다. '살살 찍으면 안되냐'고 사정해도 소용없다. 유방을 납작하게 만들수록 유방 조직의 이상이 잘 보이고, 방사선 노출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직원이 유방을 만질 수 있어, 사람에 따라 수치스럽다고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 한 의료기기 회사가 여성 400명을 대상으로 유방 X선 검사의 불편함에 대해 조사했더니 1위는 '통증', 2위는 '수치심'이라고 답했다는 결과도 있다.

또한, 일부 사람에게는 검사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암을 놓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인(아시아인)은 '치밀 유방'이 많다. 치밀 유방이면 지방이 아닌 유선(乳腺)조직이 유방의 50% 이상을 차지해 밀도가 높다. 이때 X선 검사를 하면 유방암 조직(종괴)과 비슷하게 하얀색으로 보인다. 유방암이나 미용목적 등으로 보형물을 가지고 있는 환자, 건강상 이유로 가슴 근처에 금속으로 된 의료기기를 이식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보형물이 있으면 보형물을 옆으로 밀어내다시피 해 유방 조직만 촬영하지만, 전체를 촬영하기 어려우면 확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단점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로 대체하기 어렵다. 한국인에게 많은 '유방 미세석회화(유방 조직에 칼슘이 침착된 상태, 초기 유방암일 경우 석회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MRI로 잘 보이지 않아서다.



●지난 11월 사용 허가… 급여·비급여 여부 곧 나와

nu:view는 독일 'AB-CT'사의 유방 CT다. CT로는 미세석화화 등이 잘 보여 X선 검사 대체가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지난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으며, 건강 검진·성형용 검사 목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유방 X선 검사와 달리 유방을 압박하는 과정이 없다. 잠시 엎드려 누워 있으면 촬영이 끝난다. CT라 의사가 3D로도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통증이 없고, 보형물이 있는 환자도 전체 촬영이 가능하다. CT는 촬영시 방사선 노출이 불가피하지만 해당 기기는 'Photon Counting CT'라는 최신 기술을 사용해 방사선 노출을 대폭 줄였다.

최선형 전문의는 "기존 CT에 비해 선량이 10~20% 수준이라, 유방 검사로 비교하면 과거 X선 검사를 했을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과 비슷하다"라며 "조영제는 환자 상황에 따라 사용하기도,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 nu:view를 독점 공급하는 연응원 래드콘 대표는 "2019년 유럽 영상의학 전시회인 ECR에서 해당 기기를 처음 접한 뒤, 우리나라에서도 해당 기기의 혜택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국내 도입을 추진했다"며 "현재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에서 사용 중이며,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기는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급여·비급여 여부를 살피는 중이며 곧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 결과에 따라 실손보험 청구 가능 여부도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