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해진 경기침체 시그널…3.5% vs 3.75% 금리인상 어디까지?

입력 2023-01-13 19:03
수정 2023-01-13 19:03
<앵커>

경제부 김보미 기자와 심층 분석합니다.

김 기자, 앞으로 한차례 인상을 더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이창용 총재가 풍긴 것 같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모습이었는데요.

최종 금리 수준을 어느 정도로 내다보는지에 대한 금통위 위원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11월 금통위와 비교했을 때, 이번에 3.75%로 내다보는 시각이 1명 더 늘었습니다.

3.5%와 3.75%가 팽팽히 맞선 것인데요.

‘2월부터는 금리를 동결하면서 일단 그동안의 금리인상의 영향, 효과를 지켜보자’라는 의견과 ‘다음달 25bp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놓고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다음달 23일에 금융통화위원회가 또 열릴 텐데, 이때 추가 금리인상도 충분히 가능함을 예측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앵커>

이렇게 팽팽하게 갈린다는 얘기는 그만큼 물가가 안잡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경기도 상당히 우려된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동결을 하든지 아니면 한 번 더 올릴 지 지켜보자' 라는 말은 다시 말하면, 금리인상은 이제 거의 끝나 간다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 어떻습니까?

<기자>

그동안 공격적으로 인상을 단행해 왔던 행보는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도 비로소 국내 경제 상황에 초점을 맞춰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는데요.

다만, 이 총재는 최종금리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서 금리인상 기조가 완전히 종결된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금통위원들이 말하는 최종금리라는 건 앞으로 3개월 정도의 기간으로 한정해서 봤을 때 기준금리의 정점이 얼마나 될 지에 대한 의견”이라는 것인데요.

이 총재는 “최종금리를 3.5%로 내다보는 위원들도 ‘3.5% 이걸로 끝’이 아니라 ‘일단 3.5% 이후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더 올릴지 말릴지 보자’는 의미로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 이후에 시장상황을 보겠다는 얘기인데 시장에서는 앞으로의 금리 전망,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역시나 3.5%와 3.75% 사이에서 팽팽히 나뉘었습니다.

국내 증권사 12곳을 대상으로 연말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봤는데요.

공교롭게도 금통위원들처럼 3.50%, 3.75% 동수가 나왔습니다.

3.50%로 전망하는 증권사들은 최근 외환시장이 확연히 안정세로 전환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여기에 수출경기의 급격한 위축, 부동산 시장 패닉 등 여러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일단 상황을 좀더 지켜보고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아보인다는 견해를 내놨고요.

3.75%를 예상하는 곳들은 “중국의 리오프닝, 그리고 러시아발 원자재 수급 불안 등으로 인해 물가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또 한미 금리 역전폭이 크게 벌어져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25bp 추가인상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는 시각이었습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3.5%든, 3.75%든 이 수준을 끝으로 금리인상 기조는 마무리가 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는데요.

최종금리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당분간 동결로 유지하다 연말을 전후로 해서 인하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가 2% 인데, 요즘 물가 오르는 수준을 보면, 확실히 그렇게 단기간에 도달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앵커>

사실 오늘 이창용 총재 발언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은 경기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지난해 4분기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수 있다. 경제가 후퇴했을 수 있다라는 거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2주 뒤면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발표되는데요.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중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이동이 제약됐고, 반도체 경기 악화, 이태원 사태 등의 여러 이유로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연간 성장률도 11월에 전망했던 1.7%보다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경기침체냐 아니냐라고 한다면 이 총재는 “경계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부터 9개월째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달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10개월 이상 연속 무역적자는요, 95년 1월~97년 5월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앵커>

1월이 아직 열흘밖에 안지났는데 무역적자가 62억달러거든요.

경기침체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와중에 금리까지 7연속으로 올렸으니, 경기에 더 부담을 주겠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오늘(13일) 날짜 기준으로 변동형의 경우 연 7.48%, 고정형은 연 6.36%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차주들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봤을 때 연소득의 60% 이상을 대출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준금리가 거듭 오르면서 이자부담이 급증한 데 따른 결과인데요.

<앵커>

적정수준이 얼마인데요?

<기자>

40% 내외입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모두 받은 차주들은 문제가 더 심각한데요.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봤을 때 해당 차주들의 DSR은 이미 70%를 넘어섰을 것으로 한국은행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DSR이 70%를 넘어서면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외했을 때 원리금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대출자로 분류되는데요.

지난해 10월 기준 자료이기 때문에 지금은 소폭이지만 금리가 더 올랐거든요.

그만큼 취약차주 지원에 대한 세밀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시점인데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늘 은행권에 가산금리 조정을 넌지시 주문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를 해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한쪽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다른 한쪽에선 대출금리 내려라. 이게 그런 맥락이다 라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가계든 기업이든 이걸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부담이 커질 대로 커진 차주들인데, 여기에 금융권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틈타 과도하게 대출금리를 올린다면 대출 부실화가 확산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당국에서도 선제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도한 시장 개입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지만, 적정 수준의 대출 금리 개입은 어느정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앵커>

애초에 당국이 은행들 금리에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는 게 맞느냐를 놓고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인데, 그래서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금융당국이 금리 올리지 마라 하는 상황에서 이번에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금리는 어떻게 되는 거냐.

어떻게 예상이 되고 있습니까?

<기자>

이번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기준금리가 올랐는데 대출금리에는 반영이 안된다고요?

<기자>

대출금리 산정의 직접적인 기준이 되는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아니라 '코픽스 금리' 혹은 '은행채 5년물 금리'이기 때문인데요.

당장 다음주 월요일(16일)에 은행연합회에서 코픽스 금리가 새로 공시됩니다.

이 금리 변동폭에 맞춰서 다음주 화요일(17일)부터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그리고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거나 내릴 예정인데요.

코픽스 금리의 경우 지난달 즉 12월에 은행들이 취급했던 각종 예적금 금리 등을 취합해서 공시가 될 예정인데, 이번에는 소폭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12월 한 달동안 시중은행 예금 상품 금리가 0.4~0.5%p 가량 떨어졌거든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금융당국이 은행권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한 것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인데요.

여기에 당국의 대출금리 모니터링 강화 등 선제적인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금리 올리기는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5대 시중은행의 경우에는 최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적게는 0.5%p에서 많게는 1%p 가까이 자체 인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짚어봐야 될 부분이 환율입니다.

원달러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오면서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미국의 최종 금리가 5~5.25%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한미 금리 역전폭이 추가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한국은행은 어떤 입장을 내놨습니까?

<기자>

이창용 총재는 “한미 금리 역전폭은 환율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들 중 하나일 뿐, 금리 역전폭에 따라 기계적으로 환율이 오르내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바로 지금의 환율시장 안정 흐름이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될 수 있겠는데요.

한미 금리 역전폭은 지난달 미국 연준의 50bp 금리 인상으로 125bp까지 확대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달러환율은 하향 안정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는데요.

이 총재는 “지금처럼 환율 방향성에 대한 기대가 변했을 때에는 한미금리 격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한미 금리 격차 폭 확대 여부보다도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과 같은 통화정책 방향성이 환율이 더 영향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한미금리 역전폭 확대만을 우려해 과도하게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는 부분인데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은행이 금리역전폭 확대를 아예 신경쓰지 않는 것은 또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이 총재는 “한미 금리 역전폭을 100~125bp 이상으로 벌어지는 것을 경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때문에 오늘 이창용 총재의 발언은 역전폭 확대에 대한 부분을 경계하면서도 과도한 불안감, 확대해석을 경계해달라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환율이 1200~1300원대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고 세부적으로는 “연말까지 1200원 밑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1200원을 지지선으로 재차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등 다양한 견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경제부 김보미 기자와 심층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