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더 어두워진 경기진단...정부 "8개월째 경기둔화 우려"

입력 2023-01-13 13:23
기재부, 그린북 1월호


정부가 최근 한국경제에 대해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됐다"며 이전보다 더 어두워진 진단을 내놨다.

고물가 속에 내수 회복은 더뎌지고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이 석달째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경제지표에는 먹구름이 잔뜩 낀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감소와 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그린북에서 처음으로 '경기 둔화 우려'를 언급한 이후 이달까지 8개월째 비슷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달에는 '둔화 우려' 수준에서 '둔화 우려 확대'로 진단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한국경제의 동력인 수출은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 부진으로 지난달에 1년 전보다 9.5% 줄어 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정부 진단도 '수출회복세 약화'에서 '수출 부진', '수출 감소'로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중국이 12월부터 리오프닝(오프라인 활동 재개)을 했지만 확진자가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면서 (중국의) 실물경제 쪽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모습이 우리 수출 실적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전체 수입이 2.4% 감소했지만, 수출액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46억9천만달러로 9개월째 적자를 이어갔다.

무역수지의 적자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3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다만 기재부는 "12월 경상수지는 무역적자 축소 등을 고려할 때 소폭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0% 올랐다. 지난 7월(6.3%)을 정점으로 물가 상승세는 둔화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지난 5월(5.4%)부터 8개월째 5% 이상의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다.

내수 회복 속도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 보다 0.6% 줄었고 소매판매는 1.8% 감소해 두 지표 모두 석달째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12월 카드 국내승인액은 1년 전보다 10.8% 늘어 전월 증가율(6.4%)보다 확대됐지만,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0.5% 감소했다.

기업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전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실적치는 지난해 12월 74로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0년 10월(74)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4개월째 하락세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이 과장은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대해선 "금리인상의 영향은 기업의 투자 비용 증가 등 소비와 투자에 나타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시차가 있고 금리 인상에 따라 전반적으로 물가안정 효과가 나타나면 그만큼 구매력이 개선되는 부분도 있어 '플러스'와 '마이너스' 효과가 모두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설 물가 등 민생 안정에 총력 대응하면서 수출·투자 등 경제활력 제고와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3대 개혁 등 경제체질 개선 노력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