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뉴 클래스)로 불리는 차세대 전동화·디지털화 차종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은 4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펄 시어터에서 열린 기조연설 행사에서 미래형 중형 세단인 BMW i 비전 '디'(Dee)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디는 디지털 이모셔널 익스피리언스(Digital Emotional Experience)를 뜻하며, 운전자와 차의 관계를 한층 더 가깝게 만든다는 취지가 담겼다.
앞서 BMW는 이번 CES에서 모빌리티(이동수단)의 미래가 현실과 가상 세계를 통합하는 모습을 '궁극의 디지털 드라이빙 머신'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BMW가 디 모델에서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요소는 확장된 '어드밴스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다. 종전에 운전석 전방에만 조그맣게 운행 정보가 투영되던 것을 넘어 차량 윈드스크린 전체로 범위가 확대됐다. 새로운 HUD는 2025년 출시 예정인 노이에 클라세 라인업에 적용된다.
어드밴스드 HUD와 함께 디 모델의 핵심을 담당하는 것이 '혼합 현실 슬라이더'다. 운전자가 HUD에 표시되는 정보의 범위를 내비게이션에 표시되는 주행 관련 정보 수준부터 문자메시지 등 통신 내용을 보여주는 단계, 증강현실 프로젝션, 나아가 가상 세계로 진입하는 수준까지 설정할 수 있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빛의 밝기를 윈도우에서 조절해 가상 현실에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칩세 회장은 "BMW i 비전 디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실현 가능한 영역을 새롭게 선보였다"며 "디지털화 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 차량을 운전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지능적 동료로 완벽하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BMW가 디 모델을 통해 추구하는 또 다른 요소는 '인간 같은 자동차'다. 그래픽 요소와 라이트, 음향효과를 접목해 차량 외부에서부터 운전자를 반기는 '웰컴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음성 언어로 운전자와 일종의 대화가 가능한 디 모델은 전조등과 BMW 고유의 키드니 그릴을 여러 형태로 변화시켜 기쁨, 놀람 등 차로 하여금 일종의 표정을 짓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운전자의 아바타 이미지를 창문에 표시해 개인화된 웰컴 시나리오를 만들 수도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과거 대중매체에서 인간과 소통이 가능한 기계로 설정된 자동차 2종이 디 모델과 함께 등장돼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국내에 '전격 Z작전'으로 소개된 드라마 '나이트 라이더'에 등장하는 슈퍼카 '키트'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영화 속 자동차 '허비'다.
차량 실내에는 제어장치와 디스플레이 등을 최소화해 운전자가 새로운 디지털 드라이빙 경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칩세 회장은 "이같은 기술은 자동차 업계의 미래이자 BMW에는 운전의 진정한 즐거움과 가상 경험의 융합을 의미하는 동시에 노이에 클라세로 향하는 또 다른 발걸음이기도 하다"며 "이런 비전 아래 BMW는 미래에 한 발짝 더 다가갈 뿐 아니라 향후 출시될 차세대 모델과 관련해 디지털화 기술이 지닌 큰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