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과 자산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가계의 주식투자는 줄고 예금이 증가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한국은행이 5일 공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자금 운용액은 26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3분기(33조9천억원)와 비교하면 1년 새 7조4천억원 줄었다.
순자금 운용액은 각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으로, 보통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양(+·순운용)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을 통해 순자금 운용액이 대체로 음(-·순조달)의 상태인 기업·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문혜정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3분기 가계 여윳돈(순자금 운용액)이 감소한 데 대해 "일상 회복과 함께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늘면서 가계가 금융자산으로 순운용한 규모는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 3분기 민간소비 지출은 1년 전보다 10.9% 늘었다. 증가율이 2021년 3분기(5.8%)의 약 두 배로 높아졌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3분기 가계의 전체 자금 운용 규모(37조6천억원)도 1년 전(84조1천억원)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특히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4조2천억원)가 직전 분기(18조9천억원)나 2021년 3분기(24조6천억원)와 비교해 급감했다.
투자펀드를 제외하고 가계는 작년 3분기 국내외 주식을 5조6천억원어치 사들였는데, 이는 전년 3분기(27조7천억원)보다 22조1천억원이나 적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가계의 장기(만기 1년 초과) 저축성예금은 1년 사이 19조7천억원에서 37조원으로 불었다.
이에 따라 2021년 2분기 21.6%로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렀던 가계 금융자산 내 주식·투자펀드의 비중은 작년 3분기 17.9%까지 떨어진 반면 예금(43.6%) 비중은 1년 전(40.7%)이나 직전 분기(43.1%)보다 늘었다.
아울러 가계는 지난해 3분기 총 11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조달액이 1년 전(50조2천억원)보다 39조2천억원 줄었다.
자금조달액의 대부분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차입금(대출)이었다. 대출 역시 2021년 3분기(49조4천억원)와 비교해 급감했다.
반면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작년 3분기 순조달 규모가 61조7천억원으로 1년 전(26조4천억원)보다 )보다 35조3천억원이나 늘었다. 61조7천억원은 같은 기준의 통계가 시작된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많은 순조달액으로, 그만큼 기업이 많은 자금을 끌어 썼다는 얘기다.
금융기관 차입이 47조7천억원에서 57조7천억원으로 10조원이나 증가한 영향이 가장 컸다.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 기업들이 대출 중심으로 자금 조달 규모를 키웠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일반정부의 경우 순운용 규모가 1년 사이 11조4천억원에서 22조원으로 늘었다.
문 팀장은 "방역체계 전환 등으로 정부 소비의 증가 폭이 줄면서 순운용 규모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