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지난해 하반기 여행·항공주와 함께 2차전지 소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에 대거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내 주식에만 130조를 투자하는 국민연금의 투자패턴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김종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내 주식에 130조 원을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성장성이 확인된 코스닥 기업을 집중해 편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연금은 기업의 매출액 성장 속도를 따져 투자 비중을 늘리는데,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배터리 소재 기업과 12월 주가가 올랐던 덴티움, 파이셀 등 바이오 기업 등이 이번 4분기 집중적인 매수 대상에 올랐습니다.
그동안 시가총액이 작은 코스닥 기업은 국민연금 편입 대상에 들지 못했지만, 2년 전부터 도입을 시작한 자체 벤치마크 기준에 따라 이들 기업의 투자 제한이 풀리면서 포트폴리오가 보다 세분화된 겁니다.
[증권업계 관계자]
"국내 주식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유럽국가들이나 선진국보다 높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어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비중을 큰 폭으로 줄이기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면 기술을 주도하는 코스닥 기업들, 우리나라 대기업들 중심으로 국민연금의 매수 여력이 더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국민연금이 지난해 4분기 말까지 지분 변동 사실을 공시한 기업은 모두 105곳으로 이 가운데 여행, 항공, 소비 업종과 바이오, 2차 전지 소재 등 62개 기업의 지분을 늘렸습니다.
진에어는 지난해 9월과 12월 연달아 매수하며 보유 지분을 7.3%까지 끌어올렸고, 지난해 3분기 비중을 대폭 낮췄던 제주항공, 하나투어 지분도 6%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반면 부동산 PF 등으로 부실 우려가 커진 증권, 건설주는 상반기에 이어 추가로 비중을 줄였고, 그룹 유동성 압박을 받은 롯데그룹 계열사들들은 비중 축소 대상에 올랐습니다.
작년 상반기 시장의 높은 관심 속에 상승했던 한국항공우주는 4분기 들어 비중을 9.1%로 낮췄고, 작년 11월 아이폰 판매 증가로 주가를 회복했던 LG이노텍도 다음 실적 시즌을 앞두고 비중을 줄였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 비중까지 줄이며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을 단행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기준으로 10월까지 연간 -20.4%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폭인 -22.9%를 웃돌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긴축과 경기둔화에도 작년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를 지속할 수 있다고 보고, 올해 운용 전문성 강화와 투자 다변화를 통해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