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승차 저지'…11시간째 대치

입력 2023-01-02 20:37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일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려다 승차를 저지하는 서울교통공사 측과 11시간째 대치하고 있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이날 오전 9시13분께 삼각지역 상행선 승강장에서 첫 탑승 시도를 저지당한 이후 오후 8시께까지 약 11시간째 열차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전장연에서는 휠체어를 탄 활동가 70명을 포함해 최대 190여명이 역사 내에 모였다.

한복을 입은 박경석 대표와 전장연 회원들은 오전 8시 10분께 역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조정안을 수용해 5분 이내로 안전하게 지하철을 타는 선전전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서울시도 조정안을 수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오전 9시13분께 회견을 마친 뒤 1-1 승강장에서 5분이 표시된 시계를 들고 열차에 탑승하려 했다.

공사 측은 박 대표가 기자회견을 할 당시부터 1분 간격으로 발언을 끊어가며 시위 중단과 퇴거를 요구하는 안내방송을 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전장연 회원들이 탑승을 시도하자 스크린도어 앞에 있던 공사 직원이 직접 탑승을 저지했다. 공사 측이 본격적인 승차 저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전장연 회원들은 4-4 승강장으로 이동하면서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장애인도 지하철에 타고 싶다"면서 휠체어에 탄 채 탑승을 시도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이들을 방패 등으로 막아섰다.

경찰은 이날 오전 삼각지역에 기동대 8개 부대를 투입한 데 이어 오후에는 기동대 11개 부대와 1개 제대를 투입했다.

오후 3시 2분에는 시민 안전을 이유로 당고개행 지하철 4호선 1대가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오후 6시부터 퇴근길이 시작되면서 지하철에서 내리려는 시민들과 전장연 활동가, 경찰 등이 뒤엉켜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하철 보안관과 경찰은 전동차가 도착할 때마다 시위가 벌어지는 승강장에서 하차하려는 시민들에게 다른 칸으로 이동해 내리라고 안내했다.

물리적 충돌이 심해지면서 전장연 활동가를 막아서던 경찰관 1명이 다리를 다쳤다.

이날 오후 6시까지 용산소방서에는 삼각지역과 관련해 총 5건의 구급출동 신고가 접수됐다. 4명은 현장에서 응급 처치됐고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에바다장애인자립센터 관계자는 "센터 소속 비장애인 활동가 1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교통공사는 철도안전법을 근거로 전장연 탑승을 거부하고 있다.

전장연은 3일 오전까지 역사 내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지하철 탑승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공사는 전장연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로 출근길 지연을 초래한 전장연 회원 2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