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유통·제조 전쟁…농심·하이트진로 '촉각'

입력 2022-12-28 19:11
수정 2022-12-28 19:11
[앵커]

쿠팡과 CJ제일제당이 촉발한 유통기업과 제조업체간 납품 단가 갈등이 이제는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인데요.

과거와 달리 고물가와 저성장이 닥친 올해는 다툼의 양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유오성 기자입니다.

[기자]

롯데마트가 CJ제일제당과 대상, 풀무원 등 식품업체의 일부 제품에 대해 발주를 중단했습니다.

내년도 납품단가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발주 중단 품목엔 김치류, 냉장면류 등 대표 제품이 포함됐고, 각 기업별로 중단 상품만 수십개에서 수백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마트와 이들 식품사들은 일시적 거래 중단으로, 협상을 통해 원만히 해결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관련업계엔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으로 촉발된 납품 단가 갈등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섭니다.

일부 유통업체에 물건을 납품하는 회사들은 납품 단가 조정이 아직은 일부의 이야기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A 식품업계 관계자 : 쿠팡 같은 온라인 유통업체,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기존 레거시 유통업체랑도 문제되는 상황은 없어요.]

상당수 기업은 갈등의 불씨가 언제 옮겨 붙을지,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B 식품업계 관계자 : 쿠팡이 먼저 CJ에 요구를 했고 다른 기업에 아직 제안을 안한 것 같아요. CJ랑 해결이 되야지 그 다음 과정을 진행하겠죠.]

유통기업과 제조기업이 납품 단가를 두고 벌이는 주도권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0년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라면 등 식료품 저가 판매를 고수하면서 농심, 하이트진로, 오리온 등 식품 기업들과 전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대형마트들은 경쟁사보다 싸게 팔기 위해 가격 경쟁을 벌였지만 제조업체들이 납품을 포기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최저가 전쟁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습니다.

사실상 유통업체의 패배로 끝났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릅니다.

비대면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빠른 배송과 전국 유통망을 확보한 온라인 유통기업들의 영향력이 역대 어느때보다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홍주 /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 사실 유통채널을 확보한 기업이 물건을 만드는 업체들보다 좀 더 우위에 있었는데, 전자상거래나 이커머스가 활성화되고 더 많은 소비자들이 이커머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유통 채널의 우위력이나 파워가 예전보다 강해진 것이 사실이죠.]

특히 고물가, 저성장으로 경기 침체가 예고된 상황인 만큼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유오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