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리상승기에 대출을 받으려면 안정적인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최근 고정금리가 오히려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고정금리 대출자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경제부 김보미 기자와 배경 알아봅니다.
김 기자,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졌다는데 얼마나 낮은 겁니까?
<기자>
최대 1%p 가량 차이가 납니다.
오늘(27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수준을 보시면요.
변동금리형이 연 5.52~7.48%인데, 고정금리형은 이보다 더 낮은 연 4.62~6.47%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고정형 금리를 변동형보다 0.7~1%p 가량 더 높게 책정합니다.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데 장기간 고정된 금리로 대출을 내줬다간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니, 그 리스크 감당 비용을 미리 고정형 금리에다 반영해 두기 때문인데요.
그런 점에서 비춰봤을 때 지금처럼 변동형 금리가, 그것도 1%p 가량 더 높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앵커>
이런 이례적인 현상 왜 나타난 거죠?
<기자>
우선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5년물 은행채 금리는 지난 10월 5.384%로 연고점을 찍은 후 현재 4.548%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자금경색 우려가 확대됐던 채권시장이 3개월여 만에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점, 또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5년물 은챙채를 비롯한 10년물, 30년물 국채 등 전반적으로 장기물 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채권금리가 떨어졌다.
그러면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건 코픽스라는 지표인데. 이건 안떨어졌나보죠?
<기자>
오히려 올랐습니다.
코픽스 금리는 은행들이 정기 예적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금리 수준을 나타내는데요.
금융당국이 은행들끼리 수신금리 인상 경쟁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지난달부터 코픽스 금리 상승폭도 같이 줄긴 했지만, 상승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4.34%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는데요.
석 달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가 가져온 나비효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고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높은 은행채로 자금이 몰렸는데, 이러다 보니까 정작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힘들어지면서 결국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었는데요.
은행채가 은행 입장에서는 주요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인데, 이걸 못하게 하니 예적금을 통해서라도 자금을 조달하겠다며 은행들끼리 예적금 금리 경쟁이 치열해 졌고 결국에는 코픽스 금리 급등으로까지 이어졌던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변동금리에 연동이 되는 코픽스라는 지표는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가 올라가면 따라 오르는 구조인데, 예적금 금리가 요즘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유는 당국이 은행들한테 은행채로 자금조달하지 말라고 하니까, 은행들이 하는 수없이 예적금으로 자금조달을 하려다보니 그런거다 이거네요.
<기자>
네. 하지만 원인은 또 있습니다.
은행권을 향한 과도한 이자장사 비판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이 들어오자,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낮춘 것인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크게 줄였습니다.
앞에서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변동형보다 더 높게 산정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한마디로 고정형에다 가산금리를 더 많이 붙였단 의미입니다.
이말인 즉슨, 반대로 은행들이 재량껏 가산금리를 낮출 수 있는 폭도 고정형이 더 크다는 뜻이 되겠죠.
여기에 금융당국은 지난 4월 가계부채의 질적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올해 말까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52.5%로 맞추라고 권고한 바 있는데요.
이러한 여러 상황들이 맞물리면서 은행들이 고정형 대출금리를 적극적으로 낮춰왔던 겁니다.
<앵커>
그런데 당국은 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치를 왜 하필 52.5%로 제시했을까요. 50이면 50이지,
<기자>
정부는 2014년부터 매년 가계부채 구조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바로 여기에 은행권이 연말까지 달성해야 하는 각종 목표치들이 담겨 있고, 고정금리대출 비중 목표치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매년 전년보다 적게는 2.5%p에서 많게는 10%p씩 목표치를 높여잡고 있는데요. 올해는 전년대비 2.5%p 늘어난 52.5%가 목표치입니다.
참고로 이건 행정지도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설령 목표치를 맞추지 못하더라도 제재를 받진 않고요.
대신 목표를 달성하면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가 경감되는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정리해보면, 지금 고정과 변동금리 역전 현상은 당국 규제에서 비롯된 현상이네요.
당국이 은행채를 막으면서 변동금리가 올라갔고, 당국이 대출금리 적게 올려라 통제를 하면서 고정금리가 많이 내려갔다.
이러면 새로 대출받는 분들은 당연히 고정금리 선택하겠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은 29.0%를 나타냈는데요.
3명 중 1명은 신규로 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형을 택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렇게 평균치로 보면, 당국이 제시한 목표치 52.5%에는 한참 미달하는데요.
7월에 17.5%던 걸 감안하면 눈에 띄게 비중이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고요.
지금 최신으로 잡혀있는 통계가 10월 기준입니다.
변동형과 고정형 간 금리 역전폭이 더 커졌기 때문에 11월 그리고 이달 집계에서는 고정금리형 비중이 보다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개별 은행으로 봤을 때 신한과 우리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지난 10월부터 신규취급액 기준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이 7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됩니다.
사실 대출금리 1%p 차이면 5억원을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로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매달 원리금 상환액만 30~40만원 가량 차이가 나거든요.
1년이면 400만원 이상으로 차이가 벌어지게 되는데, 금리인상기 고정형이 더 유리하다는 건 다들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고 이렇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금리까지 낮다보니 고정형으로 눈을 돌린 차주들이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한동안 당국이 고정금리 가입하라고 하라고 해도 사람들이 잘 안했었는데, 이번에 당국이 건전한 방향으로 잘 유도를 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문제는 이랬는데 내년에 금리가 떨어지면 어떡하냐 하는 점인데, 뭐 그건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으니까요.
이미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아두신 분들은 지금 어떡해야하나, 이자부담 어떻게 낮추나 고민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기자>
사실 나올 수 있는 방법들은 이미 다 나왔습니다.
워낙 대출금리가 높고, 상환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지다보니 혹시 내가 모르는 특별한 방법이 더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들 있으실 텐데요.
내년까지는 시간을 버티면서 서둘러 고금리 대출부터 갚아나가는 것이 최선 아니겠냐는 조언들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체크해볼만한 방법들을 소개해드리면요.
우선 정책금융대출 상품, 지금으로서는 안심전환대출이 대표적일 텐데요.
이러한 상품들로 갈아탈 수 있는지 자격요건부터 확인해보셔야 합니다.
연 3% 금리가 적용되는 안심전환대출 접수는 오는 30일, 3일 뒤 마감이 되는데요.
내년부터 금융당국이 제공하기로 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4~5% 수준으로 알려져 당분간 3%대 주택담보대출은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또 직장인의 경우에는 사내근로복지기금 대출이 가능한 지도 확인해보는 것이 좋은데요.
회사에 따라서 해당 제도들을 운영하는 곳들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한도는 금융권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데, 금리가 적게는 연 2~3%대 수준이어서요.
일부라도 대출을 받아서 기존 고금리 대출을 상환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대출모집인이나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등 대출중개플랫폼을 통해서 대환대출 가능여부를 확인해 본다든지, 금리인하요구권을 사용해본다든지 등의 방법 등이 있고요.
지금처럼 고정형 대출금리가 변동형보다 많이 낮아진 점을 활용해 고정형으로 대환을 고려하고 있는 차주라면요.
기존 상품 계약을 해제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 변동으로 인한 이자 경감액과 중도상환 수수료를 잘 비교해서 판단을 하셔야 겠습니다.
<앵커>
경제부 김보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