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권 시장이 올해 역대 최악의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내년은 올해 보다 나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대표적인 채권 벤치마크인 블룸버그 미국 종합채권지수는 금요일 종가 기준 올해 12.4% 하락했다. S&P500지수는 올해 19.3% 하락했다. 채권은 그간 주식과 반대로 움직여왔으나 올해는 동반 하락한 것이다.
채권은 통상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며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식 시장이 약세일 경우 포트폴리오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올해는 거의 도피처를 제공하지 못했다.
모간스탠리의 글로벌 채권 거시 전략 책임자 짐 케이런(Jim Caron)은 “주식은 현재 약 19% 하락했는데 아무도 이런 시장을 본 적이 없다”며 “ 숨을 수 있는 안전한 곳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채권 시장의) 이전 최악의 해는 1994년으로 이때 2.9% 하락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이 지수가 1976년 이후 하락을 기록한 것은 5번 뿐이다. 올해 3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제로 금리에서 4.25%에서 4.5% 범위로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며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상을 단행해 하방 압력이 거셌다.
채권의 가치가 떨어지면 가격은 하락하고 채권 금리는 올라간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초에 1.51% 수준이었으나 최근 약 4.30%까지 치솟았다. 금요일 종가는 3.75%였다. 이 금리는 채권 투자뿐만 아니라 대출 금리와 모든 소비자 및 사업 대출에 영향을 끼친다.
안전한 투자 전략으로 검증된 60:40(주식:채권) 분산 투자 공식조차 올해는 주식과 채권 모두 하락하며 실패했다. 증시 약세의 안전패로 여겨지는 채권도 하락하며 증시 타격을 면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케이런은 “금리가 올해만큼 오르지 않는 한 (채권 시장이) 더 나빠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수학적으로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릭 라이더는 “채권 금리는 여전히 상승할 수 있지만 채권 시장은 투자자들이 좋은 수익을 찾을 수 있는 위치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3년은 채권의 아주 성공적인 한 해가 될 것이며 캐리(채권 금리와 보유 비용의 차이)가 너무 매력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 채권 수익률이 상당히 좋을 것 같다”며 만기 5년 이하의 채권 매수를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