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금 한푼도 안 내고…FTX 창업자, 비즈니스석 귀가

입력 2022-12-25 07:25


가상화폐 사기 혐의로 미국으로 송환된 코인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3천200억 원에 달하는 보석금을 한 푼도 안 내고 석방돼 귀가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21일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됐고 다음 날 뉴욕 연방법원에서 보석을 허가받아 부모의 집이 있는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로 향했다.

법원은 뱅크먼-프리드의 석방을 허가하면서 보석금으로 2억5천만 달러(3천200억여 원)를 책정했다. 하지만, FTX의 파산 보호 신청 이후 재산이 10억 달러(1조2천억여 원)뿐이라고 주장해온 뱅크먼-프리드는 천문학적 액수의 보석금 가운데 자기 돈은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석방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보석금은 피고인의 중범죄 혐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의미에서 책정되고, 실제로는 명시된 금액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자산이 담보로서 뒷받침되면 보석이 허용된다.

이에 따라 뱅크먼-프리드 부모의 집이 보석 집행을 위한 담보로 제공됐고, 부모는 뱅크먼-프리드가 석방 조건을 어길 경우 보석금을 납부하겠다는 보증을 섰다. 또한 내년 1월 5일까지 뱅크먼-프리드는 상당한 재산을 보유한 2명의 보증인을 더 세워야 한다.

하지만, 뱅크먼-프리드의 부모 집이 담보로 제공됐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는 400만 달러(51억여 원)로 알려져 보석액의 10%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검찰은 뱅크먼-프리드의 미국 송환을 위해 그가 요구한 보석을 받아들였고, 대신 상징적인 의미에서 거액의 보석액을 책정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NYT는 "뱅크먼-프리드의 미국 송환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고, 장기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뉴욕 검찰이 뱅크먼-프리드의 송환과 보석을 놓고 패키지딜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세간의 이목을 끈 피고인이 돈을 내지 않고 석방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보석 절차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석방되자마자 캘리포니아주 집으로 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기에 탑승했다. 그는 뉴욕 JFK 공항에서 아메리칸항공 라운지를 이용한 뒤 비즈니스석 좌석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뱅크먼-프리드는 부모 집에 가택 연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 그는 보석 기간 전자 감시 팔찌를 착용해야 하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집행을 통해 강제로 법정에 서게 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