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격 능력' 보유 등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선언한 가운데 내년도 방위비를 올해보다 26% 늘어난 사상 최대인 약 66조 원으로 편성했다.
일본 정부는 23일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114조3천800억 엔(약 1천105조 원) 규모의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일반회계 예산안을 결정했다.
2022회계연도 예산 107조5천964억 엔보다 약 6조8천억 엔(6.3%) 많은 금액으로, 일본 정부 예산은 11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방위력 강화를 위한 방위비 증액과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비 확대가 전체 예산이 늘어난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방위 예산은 미군 재편 경비를 포함해 6조8천억 엔(약 65조7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2022회계연도 본예산에 반영된 방위비 5조4천억 엔과 비교해 1조4천억 엔(26%) 늘어났다.
이와 별도로 장래 방위력 강화를 위해 세외 수입 등을 모은 '방위력 강화 기금'을 창설해 4조6천억 엔을 계상했다.
일본 정부는 이달 16일 개정한 외교·안보 정책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2022회계연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 예산을 5년 뒤인 2027회계연도까지 GDP의 2%로 늘리기로 했다.
또 반격 능력 확보 등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2023∼2027회계연도) 방위비로 약 43조 엔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는 현행 '중기방위력정비계획'(2019∼2023회계연도 5년간)에 반영된 27조4천700억 엔보다 56.5% 많은 액수다.
내년도에는 자위대의 전투 지속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탄약과 미사일 구매 비용이 8천283억 엔으로 약 4배로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적의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원거리 타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 2천113억 엔을 들여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구매한다.
또 육상자위대가 보유한 지상 발사형 미사일 '12식 지대함 유도탄'의 사거리를 늘리고 지상은 물론 함정과 전투기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형 미사일의 개발 및 양산에 1천270억 엔을 투입한다.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변칙 궤도로 비행해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 유도탄 연구비로는 585억 엔을 반영했다.
전체 세출의 31%에 해당하는 최대 세출 항목인 사회보장비는 36조8천900억 엔이 편성됐다. 고령화로 의료비 등이 늘어나면서 올해보다 6천200억 엔 늘었다.
정부 내 저출산 관련 부서를 이관받아 내년 4월 출범하는 총리 직속의 아동가정청 예산은 4조8천100억 엔을 편성했다.
코로나19와 물가 상승, 우크라이나 위기에 따른 경기 둔화 등에 대응하는데 활용할 예비비는 올해와 같은 5조 엔을 확보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도 세입에서 부족한 35조6천200억 엔은 신규 국채발행으로 조달할 방침이다.
현지 방송 NHK는 "빚에 해당하는 신규 국채 발행은 올해보다는 줄어들지만, 세입의 30% 이상을 국채에 의지하는 구도는 변하지 않아 어려운 재정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3회계연도 예산은 내년 3월 말까지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