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른 공포 연기로 돌아왔다. 배우 박하나가 한겨울을 더욱 꽁꽁 얼리는 공포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지난 22일 방송된 KBS2 ‘드라마 스페셜 2022-TV시네마’ 첫 번째 영화 ‘귀못’은 과거 대부호였던 왕할머니(허진 분)의 대저택에 숨겨진 보석을 훔치기 위해 간병인으로 입주하게 된 보영(박하나 분)이 ‘아무도 데려오지 말 것, 특히 아이’, ‘저수지 근처에 가지 말 것’이라는 김사모(정영주 분)의 금기를 깨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그려낸 드라마이다.
극중 박하나는 위험한 목적을 가지고 대저택에 입주한 보영 역을 맡아 긴장감 넘치는 열연을 펼쳤다. 아이의 출입이 금지된 곳에 딸 다정(오은서 분)을 몰래 데리고 들어가 공포와 두려움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보석 찾기에 집착하는 광기 어린 눈빛으로 캐릭터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이다.
보영은 숨겨진 보석을 찾기 위해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깊숙한 시골로 향했다. 큰 캐리어를 끌고 도착한 대저택에서 심상치 않은 포스의 김사모를 만났고 자신이 머물 방에 캐리어를 둔 채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실 가방 안에는 보영의 딸 다정이가 몸을 숨기고 있었다. 보영은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안내사항을 모두 전한 김사모가 대저택을 떠나자 보영은 재빨리 다정을 챙기기 위해 다시 방으로 올라갔고 깜짝 놀랄 만한 광경을 목격했다.
캐리어 안에 얌전히 있어야 할 다정이가 사라진 것. 당황하던 그 순간 복도를 해맑게 달려와 안기는 다정이를 보며 보영은 안심했고 “이 집에 무서운 할머님이 사시는데 아이들을 무척 싫어한대. 시끄럽게 굴면 우리 다정이 잡아갈지도 몰라”라며 존재를 드러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무서운 경고에도 다시 뛰쳐나가려는 다정이를 붙잡은 보영은 인형의 집을 사줄 테니 들키지 않고 오래오래 숨어있으라고 타일렀다. 그리고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기 위해 치매에 걸린 왕할머니를 떠보기 시작했다.
소중한 걸 보관해야 하는데 따로 둘 만한 곳이 있냐고 묻던 보영은 이상한 물이 흐르는 벽을 보며 의문을 가졌고, 천장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오자 다정이가 뛰어노는 것일까 봐 긴장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때 왕할머니가 보영에게 얼굴을 들이대더니 “누굴 데려온 거야? 언니, 꼭꼭 잘 숨겨야 해. 들키지 않게”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어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자꾸만 사라지는 다정이를 쫓아다니던 보영은 갑작스럽게 걸려온 김사모의 전화를 받던 중 저수지 물에 큰 파동이 번지는 것을 목격했다. 다정이가 물에 빠졌다고 생각한 보영은 급히 저수지로 달려갔고 거무튀튀한 물속을 보며 두려움에 휩싸였다. 당장이라도 뛰어들어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알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힌 채 갈등했고, 그러던 찰나 자신의 뒤에서 젖은 채로 웃고 있는 다정이를 발견했다.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화가 차오른 보영은 딸을 다그치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며 제발 들키지 않게 조심하자고 당부했다.
보영은 다정이를 씻기기 위해 욕조에 물을 받던 중 누군가 뛰어다니는 소리를 들었고 소리의 행방을 찾기 위해 대문 밖으로 나섰다. 그곳에는 본 적 없는 낯선 아이가 서있었다. 그 아이는 보영이 여섯 번째라며 이 집에 있으면 안 되니 돌아가는 게 좋을 거라고 경고했다. 기분이 나빠진 보영이 아이에게 그만 가달라고 말하는 순간 저택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제일 먼저 욕실로 달려간 보영은 다정이가 사라진 것을 보고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보영은 일단 흥분한 왕할머니를 진정시키기 위해 방으로 갔지만 초인적인 힘에 의해 의식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왕할머니 또한 사라진 상태. 불안감에 사로잡힌 보영은 집안 곳곳을 살펴보다가 마침내 다정이를 발견했다. 딸의 목에 걸려있는 낡은 열쇠고리를 본 보영은 보석이 숨겨진 곳의 열쇠라고 확신하며 숨바꼭질을 제안했다. 두 사람이 숨바꼭질을 하는 동안 저택의 모든 곳을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허무하게 하루를 날려보냈다.
보영은 다음날 저택을 찾아온 김사모에게 다정이의 존재를 들킬 뻔했지만 왕할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넘길 수 있었고 계속해서 보석이 숨겨진 곳을 찾으러 다녔다. 이제 보영에게 딸 다정이보다는 보석의 유무가 더 중요한 듯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왕할머니가 다정을 자신의 딸이라 우기고 다정이마저도 마음의 문을 꽉 닫아버리니 충격에 휩싸인 상황. 보영은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갔고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곧 보석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더욱 집착하던 보영은 왕할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의무는 잊은 채 저택을 벗어나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저택으로 돌아간 보영은 다정이가 가리키는 곳에서 물에 빠져 있는 왕할머니를 발견했고 급하게 그를 구해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사모가 찾아와 보영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결국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실토했지만 “정신 차려. 애는 없어. 너 분명 혼자 왔잖아”라며 보영이 아이를 데리고 온 적 없다고 말했다.
결국 보영은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김사모의 머리를 내리친 뒤 다정이가 숨을 만한 곳을 찾으러 다녔다. 이전과는 다르게 완전히 정신줄을 놓아 버린 보영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점점 저수지 깊은 곳으로 들어갔고 그렇게 생명의 끈을 놓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동네 주민 최인숙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며 다시 다정이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저택과 동네에 얽힌 모든 사연을 들은 보영은 당장 이곳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최인숙에게 받은 향 다발을 들고 왕할머니의 방에 들어간 보영은 옷장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향 연기를 따라 홀린 듯이 숨겨진 문을 열었다. 이상한 부적과 물건들이 가득한 비밀의 방에서 다정이를 발견한 보영은 못된 악몽을 꾼 것이라고 달래며 급하게 계단을 빠져나왔다. 이제 보석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다정이를 구해야겠다는 간절함만이 남아있었다.
보영은 비밀의 방을 빠져나오며 김사모를 마주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자동차로 향했다. 자신을 막는 왕할머니의 경고조차도 듣지 않은 채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하지만 여전히 보영은 귀신에 홀린 상태였고 낭떠러지에 떨어지기 직전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겁에 질려 차를 뛰쳐나간 다정이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저수지로 뛰어들었고 이에 보영 또한 망설임 없이 물에 빠졌다. 다정이라고 생각했던 존재는 다름 아닌 낯선 소녀이자 왕할머니의 죽은 딸 수영이었다.
그렇게 보영은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그때 왕할머니가 수영을 대신 끌어안으며 보영을 구해줬고 “아가야, 가. 가서 나처럼 살지 마”라는 말을 끝으로 물속으로 사라져갔다. 천신만고 끝에 저수지를 빠져나온 보영은 다정이를 끌어안았고, 그렇게 보석보다 소중한 딸 다정이를 지킬 수 있게 됐다. 보영은 “고마워 다정아. 엄마 딸이어서 정말 고마워”라는 말과 함께 수살귀에게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박하나는 탐욕과 공포에 사로잡힌 ‘보영’의 이중성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정통 K-호러의 정석을 보여줬다. 흔들리는 눈빛, 불규칙한 숨소리 등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디테일한 연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것. 특히 차가운 영상미와 박하나의 표정 변화가 더해져 공포를 극대화했다.
2022년은 ‘박하나의 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다. 올 초 종영한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4위, 전체 드라마 6위에 올라 한류의 중심에 서는 기염을 토하며 박하나의 인기 또한 급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예능 ‘세계다크투어’ MC로 발탁돼 수준급 리액션을 보여주는가 하면,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태풍의 신부’에서는 스토리의 중심에 서있는 ‘은서연’으로 분해 시청률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2022년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전방위로 활약을 펼친 박하나가 2023년에도 계속해서 열일 행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박하나가 열연을 펼치고 있는 KBS2 일일드라마 ‘태풍의 신부’는 매주 월~금 오후 7시 5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