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기침체 우려로 자본시장이 위축되고 유동성 확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증권사에 맡긴 랩어카운트 계좌에서도 대규모 환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불어닥친, 자금,채권시장 불안으로 환매를 하려는 기업이나 돈을 마련하는 증권사나 모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PF에 이어 랩어카운트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집중적인 모니터링에 들어갔습니다.
김종학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국내 한 대형증권사가 대기업 계열사에서 맡긴 랩어카운트 계좌를 제때 환매하지 못했습니다.
해당 대기업이 맡긴 유휴 자금을 환매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랩 어카운트에 편입된 자산을 팔지 못한 겁니다.
단기자금 시장과 회사채 시장에 번졌던 유동성 위기가 랩어카운트로 옮겨 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랩어카운트(Wrap Account)'는 투자 성향에 맞춰 1대 1 계약을 맺고 운용하는 투자상품으로 규제가 까다로운 사모펀드를 대신해 여유자금이 있는 대기업이나 거액자산가들에게 각광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저금리 환경에서 통상 3~4개월 단위로 연장하던 랩어카운트가 금리 인상 충격에 제때 환매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실제 작년 말 152조원까지 급증했던 랩어카운트 계좌 잔고는 지난 10월말에는 133조원까지 줄어들었고, 시장 위축 속에 하반기에만 계약 수가 2만 건 가량 급감했습니다.
문제는 이들 자금의 환매요청이 대부분이 부동산 PF 사태로 시장 경색이 심화된 9~10월 한꺼번에 몰리면서 자금 경색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는 겁니다.
금융당국은 연쇄적인 시장 위축을 막기 위해 유휴 자금을 보유한 대기업에 환매 연기를 요청하는 등 시장 진화에 나섰습니다.
감독당국은 이미 지난 6월부터 랩어카운트에 편입된 자산의 만기가 달라 제때 환매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중점 점검사항으로 지목해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의 고금리 예금과 고수익을 내건 퇴직연금으로 시중 자금이 이동하고 있고, 내년 2월까지 부동산 ABCP 만기가 29조원이나 돌아오는 등 잠재적 위험도 여전합니다.
당국은 경기둔화와 통화긴축 속도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연말과 연초 이들 랩어카운트 환매로 인한 자금 쏠림이 없도록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