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찰위성시험품'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도심 등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군사정보 수집능력을 과시했다.
북한 관영매체가 19일 공개한 사진에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주변을 비롯해 한강 교량,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일대 등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흑백 사진을 보면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한강 교량과 인천항만이 보인다. 확대하면 용산 삼각지 일대도 어렴풋이 보일 정도다.
통신은 "20m 분해능 시험용 전색촬영기 1대와 다스펙트르(다스펙트럼) 촬영기 2대, 영상송신기와 각 대역의 송수신기들, 조종장치와 축전지 등을 설치한 위성시험품"으로 시험이 진행됐다고 밝혀 해당 장비들로 사진이 촬영됐음을 나타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해당 위성사진이 평가하기 힘들 정도로 조악한 수준이라고 본다.
장영근 항공대학교 교수는 "일단 북한이 위성을 쏘아 올려 남한을 저 정도로 촬영해서 이미지를 보여준 것은 처음"이라며 "북한으로서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요즘 정찰위성은 분해능(상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0.5m는 돼야 하며 대학에서도 분해능 1m 위성을 만든다"며 "북한이 말하는 20m 분해능이라면 군사위성이나 정찰위성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지구관측위성으로도 효용성이 없다"고 말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도 "당초 촬영이 안 됐을 가능성이 있어서 언제, 어디서 촬영했는지 알 수 없고 실제 사진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 기만 활동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진짜 촬영했는지 진위를 떠나 사진을 공개한 것 자체가 남한에 자신들의 정보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정찰위성은 지상의 차량 번호판을 식별할 정도로 높은 해상도의 영상정보(이민트·IMINT)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보 당국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흙더미가 얼마나 쌓였는지, 갱도에 출입하는 사람이 있는지, 미림비행장에 장비가 밀집해 있는지 등 북한 동향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
이런 정황을 잘 일고 있는 북한이 남측에 자신들도 못지않은 '눈'이 있음을 보여주려고 조악한 사진이나마 무리하게 공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너희만 위성이 있는 게 아니다. 우리도 너희를 내려다볼 수 있다고 일종의 조롱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군사 정찰위성 운영'을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우주개발국 대변인이 이번 정찰위성 개발 시험을 '최종단계의 중요 시험'이라고 밝혀 자신들이 목표한 개발공정이 끝마무리 단계에 있음을 시사했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일련의 실험을 거쳐 8차 당대회에서 예고한 정찰위성 개발 과업의 밑바탕이 될 기술적 준비를 마쳤다고 선언한 것"이라면서 "북한이 '한국군의 눈' 역할을 하게 될 첫 독자 정찰위성 개발에 자극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 3월 순수 자체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첫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이를 이용한 독자적 정찰위성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내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11주년(4월 11일)이나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11주년(4월 13일),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 등이 발사 계기로 거론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