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16일) 오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가 열렸죠.
한화그룹의 KDB산업은행 소유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 안건을 논의하는 자리인데요.
아직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부가 최종 승인을 내리면 한화와 산은은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죠?
<기자>
네, 이르면 오늘 바로 본계약이 체결됩니다.
한화는 2조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는데요.
대우조선 지분 49.3%를 얻고, 현재 대주주인 산은의 지분율은 55.7%에서 28.2%로 떨어집니다.
이제 남은 절차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입니다.
조선업을 영위하지 않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과점 우려는 크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한화는 내년 상반기까지 대우조선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입니다.
본계약이 체결되고 나면 한화는 바로 대우조선 정상화 플랜을 가동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간 한화가 인수합병(M&A) 뒤 자사 출신 경영진을 보냈던 점으로 미뤄볼 때 경영진 교체부터 시작할 겁니다.
업계에서는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이 물러나고 이 자리에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대표가 올 거라는 시각이 우세한데요.
정 전 대표는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한화에너지 대표직에서 사임까지 했습니다.
한화는 경영진 교체를 시작으로 사업 재편까지 대우조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앵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 재편에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죠. 어떤 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한화는 대우조선을 인수하면서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부문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전통적인 조선업보다 특수선, LNG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비중을 둘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한화는 방산을 미래 먹거리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우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한화디펜스 등으로 분산됐던 사업을 하나로 통합했죠.
대우조선 인수로 경비함, 잠수함 등 특수선 건조 역량까지 확보해 육·해·공의 방산 시스템을 갖추게 됐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 기조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났죠.
이미 대우조선은 올해 수주 목표액인 89억 달러를 넘긴 104억 달러의 수주고를 기록한 상황입니다.
기존에 있던 한화의 LNG 수입·발전 사업에 대우조선의 LNG 운반선 기술이 더해지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요.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한화임팩트의 수소 등 다른 에너지 생산과도 연계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런 신사업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대우조선 상황이 좋지 않잖아요.
<기자>
이후에 구조조정이나 자산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대우조선의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부실 기업'에 가깝습니다.
올해 3분기를 기준으로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1,291%입니다.
보통 부채비율이 200%만 넘어도 재무 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보는데 무려 1,291%죠.
부채가 자본보다 12배가 많다는 뜻인데요.
특히 대우조선 자기자본이 8,986억원 수준인데요. 자본에 포함된 영구채 2조 3,328억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영구채는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으로, 만기가 길기 때문에 회계상으로는 자본으로 분류되죠.
여기에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이익 잉여금도 결손금으로 전환된 상황이고요.
이미 자본을 완전히 까먹은 사실상 완전 자본 잠식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앵커>
그래도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기자>
사실 한화는 2008년에도 대우조선을 인수하려고 했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1,900억원의 위약금까지 물면서 인수를 포기했는데요.
당시에도 대우조선의 재무 구조가 너무 부실했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한화에서 이제는 대우조선을 인수해도 되는 상황으로 봤을 겁니다.
조선업 불황기가 끝났고 말씀드린 것처럼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의 성장성도 커졌습니다.
<앵커>
시장은 한화가 인수한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 전망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까?
<기자>
2001년 워크아웃 졸업 후에 21년 만에 대우조선에 주인이 생긴 겁니다.
그만큼 경영 효율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고요.
조선업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내년 경기 침체에 따라 수요가 조금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노후 선박 교체 물량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고요.
내후년부터 조선업이 본격적인 업사이클에 들어설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주가의 측면에서도 조선업 밸류에이션을 판단할 때 PBR, 주가순자산비율을 확인하는데요.
쉽게 말해서 '회사 주가가 가지고 있는 자산에 비해 몇 배냐'는 거죠.
이번 유상증자로 2조원이라는 자본이 확충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도 줄었다는 분석입니다.
영구채도 당장 큰 문제는 아닙니다. 수출입은행이 5년 간 금리를 1%로 유지하는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인데요.
다만 이자율을 올릴 시점에 대비해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돼야 하는데 당분간 불확실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앵커>
산은이 대우조선 지분을 아직 갖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흔들릴 가능성도 여전하지 않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공적 자금 회수에 대응하는 오버행, 잠재적 매도 물량에 대한 리스크가 꾸준히 제기될 겁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9월 "대우조선 주가가 4만원 근방으로 올라가면 투입한 금액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15일 종가 기준으로 대우조선 주가가 1만 9,000원 선인데요, 2배 이상 올라야 합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4만원까지 가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은의 지분 처리 방안이 나와야 주가도 안정화될 수 있을 겁니다.
<앵커>
네, 산업부 이지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