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공격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이에 대비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주민들이 핵 공습 불안에 떨면서 각자 생존 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는 모습을 자세히 소개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무기 관련 언급이 잦아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키이우가 핵폭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핵 공습 직후 최소 1∼2주간 굶주림과 추위를 이기며 버틸 수 있도록 '핵 배낭'이란 이름의 생존 가방을 싸두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WP는 전했다.
세르히 드미트루크 씨는 긴급 사태에 대비해 충분한 물과 비상식량, 따뜻한 속옷, 침낭, 비상약, 휴대용 램프, 라디오, 충전기 등을 배낭에 챙겼다. 핵폭탄이 떨어진다면 이 배낭을 메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뛰어가 대피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또 아이에게 사이렌이 울리면 어른들을 따라 대피소에 가야 한다고 반복해서 가르치고 있다. 이 가족은 최근 키이우와 떨어진 시골에 비상시 피난할 수 있는 집도 빌려 놓았다.
키이우에는 구 소련이 지하에 건설한 핵공격 대비 방공호 망이 남아 있다. 시 외곽 주민들을 위한 425개의 방공호도 추가로 마련돼 있다. 그러나 모든 주민을 수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규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핵 공격을 받았을 때 주민들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 요령을 발표했지만, 내용이 너무 복잡한 데다 이를 따른다 해도 생존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만 키이우에 있는 원자력·방사능 안전과학기술센터의 긴급대응·방사능감시 책임자 율리야 발라셰우카 씨는 핵폭탄이 떨어져도 통상 충격파 이후 낙진까지 5∼15분가량 시차가 있다며 이때 생존자들이 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7일(현지시간) TV로 방송된 인권이사회 연례 회의에서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핵무기를 방어 수단이자 잠재적 반격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후 핵무기 선제타격이 가능하도록 핵 독트린을 변경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