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달치 재고 쌓였다"…SK하이닉스, 감산 '임박'

입력 2022-12-13 20:04
수정 2022-12-13 20:04
<앵커>

반도체 한파가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이 위험수위에 올랐습니다.

시장에선 내년 1분기로 예정된 감산이 올 연말로 앞당겨지고 이후 투자 규모를 보다 축소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산업부 양현주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양 기자, SK하이닉스 재고 수준 어느 정도길래 위험하다고 하는 겁니까?

<기자>

SK하이닉스의 재고 일수는 급격히 늘어 올해 4분기 말 39.5주로 관측됩니다.

대략 10개월 치의 물량이 쌓여있는 건데, 일반적인 재고 일수가 80~90일 수준이니 3배가량 과잉재고 상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과잉재고는 판매가 줄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문제가 됩니다.

더군다나 10월에만 D램 가격이 22%나 떨어진 상황에서 재고가 많이 남아 있다는 건 그만큼 손실로 돌아온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가뜩이나 솔리다임 인수로 인해 떠안은 누적손실이 9천억 원에 육박하는 상황도 겹쳐 있습니다.

D램이 유일한 수익 창출원이나 다름없는데, D램 가격은 떨어지고 재고는 많으니 손실 폭이 커지는 겁니다.

당초에도 올해 4분기 3천억 원 수준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증권사들은 이같은 영업손실 폭을 거의 다섯배 많은 1조 5천억 원까지 내다본 이유입니다.

<앵커>

반도체 가격이라는 게, 재고량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을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계속 가격이 떨어지는 걸까요?

<기자>

감산을 하는데도 수요가 더 크게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4분기부터 적극적인 감산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의 경우 통상 4분기가 반도체 성수기인 점을 노리고 내년 1분기부터 감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블랙프라이데이 등 성수기 효과가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겁니다.

생산을 줄이진 않았는데, 기대했던 수요도 예상을 밑도니 재고가 엄청난 수준으로 쌓였습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는 SK하이닉스가 4분기부터 감산을 서둘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앵커>

앞서 거의 40주가량 재고가 쌓였다고 했는데, 단기에 소진할 수 있진 않을 것 같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언제쯤 재고가 정상화될 수 있는 걸까요?

<기자>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280일(39.5주) 수준인 재고일수가 일반적인 수준인 80일가량으로 급격히 줄어들기에는 1, 2분기가 통상 IT 비수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1분기부터 시작된 감산이 2분기 효과를 보기 시작하기에 업계는 공통적으로 1분기에 재고량이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들 거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재고량은 1분기에 정점을 찍지만 반도체 가격은 3분기까지 떨어진다는 겁니다.

재고를 제때 소진하지 못할 경우 손실 폭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도체 가격이 내려가는 속도보다 감산 규모와 판매 속도가 더 빠르게 반영되는 게 중요한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증권업계가 내년도 전망치를 낮춰잡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요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기자>

신규 서버용 D램인 DDR5에 대한 기대감이 있습니다.

DDR5는 차세대 D램으로, 직전 제품인 DDR4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2배 이상 빠르고, 전력 효율이 30% 이상 개선된 제품입니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겐 효율성이 높은 DDR5규격 CPU로 교체하는 게 장기적으로 효과적입니다.

마침 내년 1분기에 서버용 CPU 시장 90% 점유율을 차지하는 인텔이 신규 DDR5 규격 CPU를 출시할 예정인데, 내년 하반기쯤 본격적으로 D램 수요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D램 가격 하락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다만,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인원 감축 등 투자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 큰 전환점이 되진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앞서 SK하이닉스가 1분기부터 감산을 시작한다고 했는데, 예상보다 업황이 더 좋지 않은 만큼, 대응책에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이 되는데요.

<기자>

업계는 SK하이닉스가 감산 시기를 당초 1분기에서 올해 연말로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합니다.

또한 내년 50%가량 투자를 축소하겠다던 계획도 추가로 확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감산을 하지 않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늘어나게 됩니다. 업황이 다시 살아났을 때 SK하이닉스엔 독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또한 업계 점유율 1위인 삼성이 감산에 나서지 않는 이상, SK하이닉스의 감산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도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128조 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5조 원 수준에 불과한 자산을 보유한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겁니다.

업계는 현금자산에 여유가 있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좁혀졌던 점유율을 이번 기회에 회복하고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분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