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3개사로 쪼개 재상장…기업분할 '공포'

입력 2022-12-12 18:55
수정 2022-12-12 18:55
<앵커>

국내 3위 철강기업 동국제강이 회사를 세 개로 쪼개 재상장을 시도합니다.

지주사 전환과 철강 사업 전문화를 동시에 이루겠다는 건데,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먼저 동국제강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기자>

쉽게 말해 회사를 지주회사, 그리고 열연 사업 회사와 냉연 사업 회사 이렇게 세 곳으로 쪼갠다는 겁니다.

우선 맨 위에 지주회사 동국홀딩스(존속법인)를 두고요.

그 아래 철강 사업을 맡을 사업회사를 두는데요.

이걸 또 두 개로 쪼개서 철근이나 후판을 만드는 동국제강(신설법인), 그리고 가전이나 자동차에 쓰이는 냉연 강판을 만드는 동국씨엠(신설법인)을 각각 두는 방식입니다.

분할 방식은 인적분할이고요. 따라서 기존 동국제강 주주들이 신설법인 지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이같은 내용의 사업구조 개편안이 이사회를 통과했고, 내년 5월1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데요.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분할 기일이 내년 6월1일이니까 6~7월께 신설법인들이 증시에 상장될 전망입니다.

동국제강 측은 이번 회사 분할 결정으로 철강 사업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지주사가 컨트롤타워로서 신사업 발굴과 지배구조 선진화를 도모함에 따라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기존 회사 주주들이 새 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는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새 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보통 호재라고들 생각하는데 주가는 인적분할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오늘(12일)만 10% 가까이 빠졌어요?

<기자>

전문가들은 물적분할 못지 않게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도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합니다.

세 가지 이유가 꼽히는데요. 신사업 투자 계획이 없다는 점, 주력사업이 아닌 분야까지 분사했다는 점, 그리고 승계작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입니다.

동국제강은 최근 'DK컬러 비전 2030' 전략에 따라 컬러강판을 위시한 냉연 사업에 주력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현재 경영 일선에 있는 장세욱 부회장도 수소나 전기차 같은 새로운 사업보다는 회사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고 했고요.

그러면 냉연 사업만 분사하면 될 것을 굳이 열연 사업까지 분사한 겁니다.

참고로 국내 철강업계 1위 포스코나 2위 현대제철 모두 열연 사업과 냉연 사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회사의 분할 목적이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다른 데 있고,

시장에서는 이를 내야 할 세금을 미루거나 추가 자금 없이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고 봤습니다.

<앵커>

물적분할은 아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인적분할도 결국 꼼수로 보일 수 있다는 거네요?

<기자>

현재 상황에선 그렇습니다.

인적분할로 지주사가 되는 기업들은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을 안 줘도 되는 물적분할이 아니기 때문에 의무 지분율(30%)을 충족시켜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지분 확보 과정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는데요.

쉽게 말해 지주사가 사업회사 지분을 매수하는 대가로 지주사 지분을 주는 겁니다.

동국제강의 지주사가 될 동국홀딩스 역시 이런 방법으로 지주사 전환을 꾀할 방침인데요.

인적분할로 사업회사 지분을 배정받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사업도 하지 않고 할인율도 높은 지주사 지분을 굳이 사업회사 지분을 내놓으면서까지 추가로 보유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사업회사 지분을 내놓고 지주사 지분을 가져가느냐.

사업회사 지분보다는 지주사 지분을 많이 가져서 지배력을 높여야 할 사람. 바로 대주주 일가입니다.

<앵커>

인적분할 결정과 같은 날 발표된 임원 인사도 연관이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국제강이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밝힌 날, 창업주인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이자 인천공장 생산 담당이던 장선익 상무가 본사로 복귀하면서 전무로 승진했습니다. 오너가 4세 중 유일하게 임원으로 근무 중이지만 지분율은 0.83%에 불과합니다.

현재 경영을 이끄는 장세욱 부회장, 그러니까 장선익 전무의 삼촌이죠. 장 부회장의 지분율이 9.43%이기 때문에 장 전무도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고요.

장 전무가 지주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려면 사업회사 지분을 내놔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도 내년까지 과세이연 혜택을 줍니다.

이밖에 올해 처음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작업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할 시 해당 기업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혹은 1억원 이상 벌금형을 내리는데, 공장을 가지고 있는 철강 회사들을 분사하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할 주체가 지주사가 아닌 사업회사 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동국제강의 경우 지난 3월 21일 포항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로 중대재해법이 적용돼 장세욱 부회장이 처벌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