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게 될 노동개혁 정책의 윤곽이 나왔습니다.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고 호봉제 축소가 노동개혁의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는데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오늘 윤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권고문을 발표했다지요?
<기자>
네, 우선 이해가 쉽도록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역할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연구회는 올해 7월 윤석열 대롱령의 지시로 꾸려진 전문가 논의기구입니다. 교수 12명으로 구성됐고요.
이들에겐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역할이 주어졌고, 지난 5개월간 합리적이고 균형있는 정책대안 마련을 위해 현장방문과 노사심층 간담회, 전문가 토론회 등을 진행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전문가 집단인 연구회를 통해 조언을 받아 노동개혁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는데요.
이에 오늘 연구회가 최종 발표한 권고안은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노동개혁의 기본 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핵심 개혁과제로는 주52시간제 유연화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제시됐고요. 이는 정부가 입법 과제로 우선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도 연구회는 설명했습니다.
<앵커>
가장 관심인 게 주 52시간제 개편일텐데요. 연장근로 단위를 현재의 일주일 단위에서 분기, 반기, 최대 연 단위로 바꿀 수 있게 한다는 건데, 좀 쉽게 설명해준다면요?
<기자>
네, 먼저 지난 정부 때부터 시행해 온 주 52시간제는 일주일에 기본 40시간, 즉 하루로 따지면 8시간이죠. 여기에 주 최대 12시간을 더 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업종이나 기업의 경우, 집중적으로 연장근로가 필요한 시기가 있는데, 획일적으로 일주일에 최대 12시간만 더 일할 수 있도록 돼 있어서 시장변화나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노사협의를 거쳐 연장근로 시간관리 단위를 주 단위 뿐만 아니라, '월'이나 '분기', '반기', 최대 '연' 단위까지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컨대, 연장근로시간을 한 달 단위로 관리하도록 선택한다면 한달치 연장근로시간에 해당하는 52시간(12시간×4.345주)을 한 달 동안 필요할 때 몰아서 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특정 주에 52시간을 넘기더라도 월·분기·반기·연간 언제로 따져봐도 평균 일주일당 근로시간이 52시간 이하면 됩니다.
다만 연구회는 이렇게 제도가 개편되면 장시간 노동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기간에 따라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을 비례적으로 감축하도록 권고했는데요.
즉, 분기 단위로 설정할 경우 총 연장근로시간은 원래대로 하면 156시간, 즉 주52시간×3달하면 156시간이 나오죠. 이 156시간의 90%인 140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또 반기 단위는 원래 연장근로시간의 80%인 250시간, 연 단위는 70%인 440시간, 이렇게 줄어들게 됩니다.
아울러 근로시간 유연화 측면에서 3개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전 업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현재 연구개발 업종에서만 근로자가 석달간 주 평균 52시간을 유지하면서 근로일과 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요. 이를 모든 업종에 적용하자는 겁니다.
<앵커>
근로시간을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건데, 문제는 이렇게 되면 일각에서 우려하는 '장기간 근로'가 현실화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보안장치 언급은 없었나요?
<기자>
있습니다. 이번 권고문에는 휴식 보장과 휴가 활성화 방안도 담겼는데요.
연구회는 '월' 단위 이상 연장근로방식을 채택할 경우, 장기간 근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근로자의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근로일과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를 적용하면 하루 최대 13시간까지 회사에 있어도 현행 근로기준법상은 4시간 일하면 30분 이상의 휴게 시간을 주도록 돼 있기 때문에 최대 근무 시간은 11시간 30분이 됩니다.
또 일주일에 하루 이상 휴일을 반드시 보장하기 때문에 나머지 6일을 전부 일해도 일주일에 근로시간은 69시간을 넘길 수 없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건강에 안 좋고 산업재해 위험을 높이는 밤 작업 근로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앵커>
임금체계 개편은 주52시간 개편과 함께 주요 개혁과제로 제시됐었는데, 연구회는 호봉제를 축소할 필요성을 언급했다고요?
<기자>
일단 연구회는 해가 바뀌면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가 젊은층의 신규채용 기회를 줄이고, 또 중고령층의 고용 유지에 부정적이라고 봤습니다.
때문에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자는 것을 골자로 권고안을 내놨는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권순원 /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숙명여대 교수) : 고령 근로자의 계속 고용과 청년일자리 창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임금, 직무 등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합니다. 정부는 직무·성과 평가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컨설팅을 확대하고 직무 평가도구를 지속해서 개발·보급해 근로자가 공정하게 평가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직무중심의 인사관리 체계를 지원할 것을….]
연구회는 특히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국가의 경제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고령자의 계속 고용에 대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직무와 역할, 성과, 숙련도 등에 따라 임금을 조정함으로써 현행 60세인 정년을 더 늘리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앞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주52시간제나 임금체계 개편 논의 사항을 언급할 때마다, 노동계는 반발해왔는데요. 이번 최종 권고안에 대한 노동계의 반응, 어떻습니까?
<기자>
노동계는 우선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내놓은 이번 권고문이 정부와 경영계의 입맞에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는데요. 그러면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체계를 부추길 뿐이라며 전면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노동계 의견 직접 들어보시죠.
[이지현 / 한국노총 대변인 : 노동시간과 관련해선 노사선택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은 노동자들에게 단기간 동안 장시간 집중노동을 가능케 하는 내용이거든요. 직무급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임금격차가 단번에 해결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임금격차 해결하기 위해선 최저임금제를 현실화해서….]
이미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노정갈등은 심화되고 있는 국면인데요. 노동개혁 과제는 대부분 입법 사항이라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도 필요해, 향후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대처과정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것이 사실인데요. 이 때문에 노동계의 반발에도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오늘 이번 연구회 권고문을 전폭적으로 수용해 이른 시일 내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달 말 혹은 내년 초에 입법 일정 등을 담은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정부세종청사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