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15일만에 파업 철회…해단식 후 바로 현장복귀

입력 2022-12-09 15:52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9일 총파업을 철회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달 24일 총파업을 시작한 지 15일 만이다.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이날 조합원들을 상대로 파업 종료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61.84%(2천211표), 반대 37.55%(1천343표)로 파업 종료의 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무효표는 21표(0.58%)였다.

이날 투표는 오전 9시부터 전국 16개 지역본부별로 조합원들이 직접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화물연대 조합원 2만6천144명 중 3천575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13.67%였다.

16일째 이어진 파업에 지친 일부 조합원들이 현장을 이탈하고, 파업 참여 열기가 낮아지면서 투표율이 저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산 등 일부 지역본부는 "총투표는 지도부의 책임을 조합원에게 돌리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투표 결과에 따라 화물연대 각 지역본부는 본부별로 해단식을 진행한 뒤 바로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동안 이어진 총파업으로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약 3조5천억원에 달하는 출하 차질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 출하 차질 규모가 각각 1조원대를 넘어 피해가 컸다.

파업 종료를 결정하기 위한 조합원 총투표는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이 제시한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 없는 일몰 3년 연장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급하게 결정됐다.

민주당은 12월 31일 일몰되는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는 부활이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일몰을 막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 탈출구를 찾으려 했던 화물연대로선 입지가 크게 좁아진 것이다. 화물연대는 민주당 결정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차례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 정부의 강경 대응과 파업 장기화에 따른 조합원들의 생계 문제로 이미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서를 받고서 미복귀한 화물차 기사를 고발 조치하고, 미복귀자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는 등 압박 강도를 점차 높여갔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민주노총 '동투'의 시작점이었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를 중심으로 서울대병원 노조, 학교 비정규직 노조, 서울교통공사 노조, 전국철도노조로 이어지는 '줄파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들 노조가 줄줄이 파업을 접거나 노사 협상을 타결하며 화물연대는 점차 고립됐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시멘트·철강·석유화학·정유 등 산업계 손실이 커지자 여론도 곱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21%에 불과했고 '우선 업무 복귀 후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71%였다.

화물연대는 "정부여당의 폭력적 탄압으로 일터가 파괴되고 동료가 고통받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파업 철회와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며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입법해달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빈손'으로 파업을 마친 셈이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에서 '원점 재검토'로 입장을 바꿨다.

장기간 이어진 파업으로 국가 경제에 피해가 발생한 만큼 파업 전 정부 제안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으며, 화물연대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국토부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메시지가 잇따라 나왔다. 정부는 파업 기간 내내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 '타협 없는 엄정 대응'을 강조해왔다.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와 전체회의가 잇따라 열렸지만 국민의힘이 불참해 민주당 단독으로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업무개시명령의 효력은 파업 종료와 함께 끝났다. 국토부는 복귀 여부를 확인하는 현장조사를 이날까지는 이어갈 예정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게끔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매기는 제도다. 화물차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최저임금제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국정 과제로 추진하며, 2020년 시멘트·컨테이너 화물에 일몰제로 한시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