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역내 해양안보에 기여하기 위해 베트남의 해양법집행 역량 강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며 베트남과의 방산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5일 한국-베트남 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공동선언문 내용입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 중 하나로 양국이 해양안보, 국방·방산 분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베트남, 러시아·이스라엘 이어 한국 무기 선호
한국은 현재도 베트남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베트남의 주요국별 무기 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6.6%)은 러시아(55.8%), 이스라엘(19.3%)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집계는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하는 지수에 따른 것입니다.
SIPRI는 무기 거래량 집계 시 수출량이나 금액이 아닌, 무기의 성능과 중고품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TIV(Trend indicator value)라는 지수를 사용합니다.
구체적인 수출 금액은 표시되지 않지만, 무기의 능력에 따른 거래 규모를 따지는 셈입니다.
다시 말해, 베트남 무기 수입의 절반 이상이 러시아산 무기임을 감안하면 한국도 베트남에 상당 규모의 무기를 수출하는 겁니다.
한국의 무기 수출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규모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5년간 한국의 주요국별 무기 수출 현황도 살펴봤습니다.
필리핀(16.3%)과 인도네시아(14.2%), 영국(13.9%), 태국(11.3%), 인도(11.3%), 페루(5.9%), 노르웨이(5.7%)에 이어 베트남(5.7%)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베트남, 장기적으로 러시아산 무기 교체 가능성
베트남의 정식 국호는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입니다.
베트남은 북한, 라오스, 중국, 쿠바와 함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입각한 정치체제를 냉전 이후에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공화국을 표방하는 베트남과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방산 협력 확대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베트남이 외국과의 관계에 부여하는 최고 수준의 단계입니다.
베트남과 이런 수준의 협력 관계를 맺은 나라는 지금까지 중국과 러시아, 인도 세 곳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양국 협력 규모는 베트남의 러시아산 무기 수입 관행, 방위력 개선비 부족 등을 이유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베트남 무기의 주력을 차지하는 러시아산 무기체계와의 상이성과 중국·북한 등으로의 기술·정보 유출 우려도 있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해양안보, 국방·방산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산 무기의 베트남 진출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전략실장은 "이번 한-베 정상회담을 계기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베트남이 오래된 러시아산 무기를 한국산 무기로 순차적으로 교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