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상장한 뒤 일정 기간까지 주가가 공모가의 90% 밑으로 떨어지면, 개인투자자는 상장 주간사에 해당 주식을 되팔 수 있습니다.
공모주 투자의 환불권이라고도 불리는 '환매청구권'이 그것인데요.
최근 공모주들 주가가 부진하면서 이 환매청구권이 대량으로 신청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자금시장 압박으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장 주간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배성재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9월 코스닥에 상장한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더블유씨피.
이 회사 공모주를 산 개인 투자자들은 각각 오는 26일과 내년 1월 2일까지 '환매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환매청구권이란 개인 투자자가 상장 주간사에 공모주를 되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대상은 코스닥에 이른바 '테슬라 요건'과 '성장성 추천 특례'로 상장한 회사.
조건은 일정 기간까지 주가가 공모가의 90% 밑으로 내려갔을 때입니다.
투자자 보호, 공모주 가격의 합리적인 책정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상장만 하면 이른바 '따상'을 기록했던 때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공모주 주가가 부진하자 상장 주간사들의 부담을 늘리는 '부메랑'이 됐습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더블유씨피의 오늘 종가는 각각 9,230원과 5만 300원.
이미 공모가인 만 원과 6만 원보다 10%가량 낮아, 환매청구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더블유씨피의 경우 상장 후 단 한 번도 공모가를 넘어선 적이 없습니다.
더블유씨피 상장 당시 개인투자자 공모주 비율은 25%.
환매청구 물량을 사들인 뒤 다시 내다 팔아야 하는 상장 주간사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더블유씨피 상장주간사 관계자: 쉽지 않다고 보고 있긴 해요. 지금 (배터리) 섹터 전체적인 분위기가 엄청 좋은 상황은 아니어서, 한 달 사이에 8%나 올라야 5만 4천 원이 되는 거니까.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 당연히 환매청구가 나올 수 있죠.]
아직 환매청구권이 유효한 종목은 선바이오(10월 상장, 행사기간 9개월)와 윤성에프앤씨(11월 상장, 행사기간 6개월).
마찬가지로 주가가 공모가의 90% 언저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주가 부진 속에 환매청구 행사가 늘면, 가뜩이나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장 주간사들이 주식을 되사야 할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상장 주간사가 환매청구권으로 받은 주식을 한 번에 쏟아낼 경우, 수급 교란의 우려도 적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배성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