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찍은 정기예금, 아직 죽지 않았다…"이젠 경기침체 대비할 때"

입력 2022-12-07 19:20
수정 2022-12-07 19:20
<앵커>

올들어 부자들의 포트폴리오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주식과 부동산을 줄이고 예적금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유례없는 자산시장 폭락이 오면서 대응에 나선 겁니다.

자산가들의 달라진 투자 포트폴리오를 먼저 박승완 기자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기자>

금융권이 바라보는 '부자'의 기준은 금융 자산 10억 원 이상입니다.

'생각보다 낮은데?'라고 느끼실 수 있겠지만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0.82%만이 여기에 속합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부자'는 42만 4천 명, 이전해 보다 3만 명 늘었습니다.

이들이 가진 금융 자산을 모두 더하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합친 것의 절반이 넘습니다.

현재 기준금리 3.25%는 10년 만의 최고치입니다. 값도 값이지만 보시다시피 너무 가파르죠.

한국은행은 2021년 8월을 시작으로 총 9차례 금리를 올렸습니다. 이 중 두 번은 0.50% 포인트 '빅스텝'이었고요. 지난달까지 6차례 연속 인상했는데, 유례없이 빠른 속도입니다.

돌변하는 경제 상황은 부자도 대책이 없었던 걸까요.

올해 금융투자에서 부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손실을 입었습니다.

셋은 손실도 수익도 없었는데 5%를 넘긴 물가상승률을 놓고 보면 사실상 뒷걸음질 친 셈이죠.

그나마 수익을 경험한 쪽은 '채권'이나 '보험'이었고, '주식'과 '펀드'에선 손실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올 초 대비 코스피가 20% 빠지고, S&P500, 나스닥 등 미국 증시 역시 최고 30% 넘게 떨어진 결과로 풀이됩니다.

부자들이 '예적금'으로 눈을 돌린 이유인데요.

지난해와 올해 포트폴리오를 비교해 보면 '주식·리츠'의 순위가 내려가고 '예적금'이 올라온 것으로 확인됩니다.

실제로 올해 부자들은 '주식'의 비중을 0.9% 낮추고 '예적금'과 현금이나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유동성 금융 자산'을 각각 1.4%, 1.6% 늘렸습니다.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는 현금과 예적금으로 눈을 돌렸다는 의미죠.

반면 부동산에서는 재미를 본 것으로 확인됩니다.

'거주용 부동산'이나 '거주용 외 부동산' 모두에서 수익을 실현했는데요.

금융권에서 부자들의 유동성 자산이나 예적금을 부동산 대기자금이라 보는 이유입니다.

내년에도 고금리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에다 계속되는 증시 부진, 부동산 침체까지 겹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지금. 부자들은 '실탄'을 채우며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완입니다.

<앵커>

금융투자로 손실을 본 부자가 다섯명 중 한 명이라면, 일반 투자자들은 그 비중이 훨씬 클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내년에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주요 5대 시중은행에서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프라이빗뱅커들로부터 직접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제1금융권 출입하는 김보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PB들이 추천하는 내년도 자산관리 전략. 빨리 알고 싶어지는데요?

<기자>

‘내년 상반기 포트폴리오. 자산별로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좋겠느냐?’ 자료화면으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같이 보실까요.

PB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인 키워드가 있습니다.

혹시 찾으셨습니까?

<앵커>

정기예금, 그리고 안전자산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포트폴리오 내 비중도 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5대 시중은행 PB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아직까지 예금만한 상품이 없다”였습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기 예금을 눈여겨볼 것을 조언했는데요.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4% 후반대입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예금 금리가 벌써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 앞으로 떨어질 일만 남은 것 아니냐’라는 시각이 있는데요.

글로벌 금리 인상기조가 단기간에 꺾일 가능성은 지극히 낮기 때문에 정기예금 금리 역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4%대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요.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내년도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굉장히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금 손실 없이 연 4%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라는 점이 정기예금의 매력도를 더 끌어올릴 것이란 의견입니다.

세부 전략으로는 만기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5년 단위로 접근할 것을 추천했습니다.

지금까지는 3개월, 6개월 단위로 비교적 짧은 정기예금에 가입해서 더 높은 금리 상품이 나올 때마다 갈아타는 전략이 유효했지만, 앞으로는 추세적으로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간 수익을 확정지어놓을 수 있는, 만기가 긴 고금리 상품을 미리미리 확보해 두라는 것입니다.

<앵커>

미 연준이 속도는 느리지만 내년에도 계속 금리를 올리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 당국이 금리통제만 하지 않는다면 예금금리도 내년 상반기가 정점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정기예금 외에도 투자할만한 안전자산이 또 있다고요?

<기자>

정기예금 이외에 다른 안전자산으로는 은행권에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확정금리형 저축보험, ELB신탁 등이 거론됐습니다.

관련 내용, 먼저 PB 인터뷰를 통해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허도경 신한은행 신한PWM목동센터 PB팀장: 5년 콜 은행채로 귀속되고 있는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요. 5년 확정형 저축성보험상품도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교보증권에서 5.8% 상품도 나왔었고, 신한라이프에서 5.6% 상품도 나와서 고객분들이 꽤 많이 찾으시더라고요]

확정금리형 저축보험의 경우 현재 금리가 연 6%에 육박하는데, 특히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높다고 합니다.

장기간 확정된 금리로 자산을 굴릴 수 있으면서도 절세 혜택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만기 시점에 이자수익이 3천만원 발생했다면, 이미 2천만원을 넘어서니까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해당되겠죠.

이때 확정금리형 보험의 경우 중도 인출이 가능해서, 만기가 되기 직전에 원금은 중도인출하고 이자수익 3천만원은 연금으로 전환해서 5~10년에 걸쳐서 나눠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연 이자소득이 2천만원을 넘지 않게 되니까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도 피할 수 있는데요.

다만 확정금리형 저축보험의 경우 사업비 공제가 있기 때문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표면금리가 아니라 실질 수익률을 꼼꼼하게 계산해 보셔야 겠습니다.

<앵커>

우리가 안전자산하면 채권을 빼놓을 수가 없고, 앞서 박승완 기자 분석에서도 부자들이 채권에서 수익을 많이 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아마 올해 하반기 들어서 채권 투자하신 분들 꽤 많이 계실 것 같은데, 내년에는 채권투자 전망이 어떻습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10년, 20년 이렇게 장기물 국채 투자를 추천하는 PB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금리가 최저점일 때 발행한 장기물 채권(2019년에 발행한 채권들이 대표적인데요)을 중심으로 접근해 보라는 조언을 눈여겨볼 만한데요.

국채의 경우 일반적으로 1만원에서 발행이 되고요.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말은 올해와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과거에 발행됐던 채권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졌다는 의미가 되겠죠.

이쯤에서 자료화면을 하나 같이 보시겠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10년, 20년 국채 금리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인데요.

최저점이 1.146%였는데 이때가 2019년 8월 16일입니다. 지금 금리와 비교하면 약 2.4%p 차이가 나거든요.

이렇게 금리차가 크게 벌어진 만큼 2019년 이때 발행한 채권 가격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왜 하필 2019년에 발행한 채권을 가장 추천하느냐, 20년 21년꺼는 안되냐라고 물으신다면, 19년이든 20년이든 21년이든 모두 1만원에 채권이 발행됐지만 현재 가격은 19년에 발행된 채권이 가장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21년에 발행한 채권과 비교해본다면 확실히 현재 시점 대비 금리차가 큰 것을 보실 수 있죠.

앞서 금리차가 크게 벌어질수록 가격도 그만큼 크게 떨어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돌아와서 이렇게 상대적으로 싼 값에 산 다음에 가격이 오르면 주식처럼 다시 팔면 되니까, 더 많은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앵커>

장기물 채권을 사되,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았던 시절에 발행된 걸로 사라.

어떤 원리인지 혹시 사례 없습니까?

<기자>

19년 9월에 발행됐던 국채 사례를 준비했습니다. (국고채권 01125-3909(19-6))

2019년 9월 10일 발행 첫날 당시 종가가 9,713원이었는데, 최근 거래된 가격을 보면 6,800~6,900원대였습니다.

빠르면 내년 중하반기부터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채권 가격은 반대로 오를 것으로 전망이 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내년 상반기까지 이러한 채권들을 눈여겨보며 매수해뒀다가 가격이 오르면 적정시점에 매도하는 전략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추가로 1년 이하 단기채 투자를 고려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발행금리 즉 약정금리가 현재 낮지는 않기 때문에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추천했고요.

참고로 채권 직접투자의 경우, 주식만큼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보시는 것처럼 증권사 MTS를 통해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합니다.

<앵커>

내년 하반기에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서느냐 부분은 사실 불명확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따라서 채권가격 상승 속도가 달라질 수는 있겠습니다.

안전자산들 전망을 들어봤는데, 그러면 대표적 위험자산이죠. 주식은 어떻습니까?

<기자>

밝지는 않습니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도이체방크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년 미국 S&500지수가 최대 20% 이상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는데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년 말 S&P500 지수가 3,900~4,500선까지 오를 것이라면서도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어느 시점에는 20% 이상 폭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주식시장도 분위기가 비슷하긴 마찬가지인데요.

내년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밝힌 증권사 17곳의 의견을 분석한 결과, 내년도 코스피 예상 평균치는 2,103~2,679선이었습니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가 빠르면 1분기 내에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곧장 인하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과 가계가 여전히 고금리 부담을 져야 하고 이러한 상황이 경기침체, 기업들의 주가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인데요.

관련한 내용 인터뷰를 통해서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도원 하나은행 서초슈퍼빌지점 PB팀장: 금리정체기라고 해서 금리가 쭉 옆으로 기는 듯한 모습을 보일텐데 그것이 고금리로 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5~6%, 7% 이자를 부담할 수 있는 기업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거든요. 고금리가 지속되면 기업이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되고요.]

<앵커>

주식 비중을 늘리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긴데, 주식이 그래도 경기를 선반영하는 시장아닙니까.

어느 시점에서는 저가매수에 들어가는 것도 방법 아닙니까?

<기자>

네 PB들도 내년에 비록 변동성이 큰 시장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일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이 크게 빠질 때마다 우량주 위주로 분할 매수하거나 ELS에 투자해 점진적으로 비중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ELS의 경우에는 주가가 많이 빠져있을수록 유리한데요.

역시 이해를 돕기 위해 최근에 나온 한 상품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상품 구조의 일부분만 따서 갖고 와봤는데요.

코스피 200, S&P500, 유로스톡스 50. 이렇게 3개 지수가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연 9% 수익률을 지급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조건이 무엇이냐.

바로 가입 후 4개월이 지난 시점에 3개 주가지수를 살펴봤을 때, 3개 지수 모두 가입 당시 지수의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4개월동안 3개 주가지수 모두 10% 이상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렇듯 ELS는 대체로 주가가 바닥에 근접할수록 이익을 보기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내년에는 앞서 보셨던 것처럼 최대 20% 이상 미국 지수가 일시적으로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ELS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배리어를 80 혹은 75수준으로 제시하는 상품으로 선별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조언입니다.

즉 일정 기간 내 주가지수가 80% 혹은 7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는 상품 위주로 투자를 고려하라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설령 주가가 20% 전후로 빠진다 하더라도 수익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주식은 시장이 크게 빠질 때마다 조금씩 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이 주효하다는 얘기고, 그런데 이미 주식에 투자해서 손실을 보고 있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주가가 빠질 때마다 소위 물타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시는 투자자분들도 많을 텐데요.

<기자>

저 역시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는데요.

전문가의 조언부터 직접 확인해 보시겠습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 기존에 마이너스 되어있는 종목에 물을 타면 마이너스 폭이 줄어드는 것은 있지만 그래도 마이너스이거든요. 그럼 투자심리가 상당히 위축됩니다. 그래서 그것보다는 성격이 다른, 예를 들어 주식이라면 채권 쪽으로 해서 두 자산간의 회복력을 본 다음에 괜찮다 싶은 쪽으로 더 많이 투자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기존에 이미 손실을 보고 있는 종목들을 마냥 붙잡고 있기 보다는, 차라리 수익이 날 만한 다른 상품군에 새로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전체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더 유리할 것이라는 설명인데요.

물론 5년, 10년, 20년 장기로 보면 우량종목이라는 전제 하에 주가는 결국 우상향하기 때문에, 지금을 혹은 내년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서 물타기를 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다만 앞에서도 살펴봤지만 내년도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또 종목에 따라서 희비가 크게 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잖아요.

자칫 손실폭이 본인이 기대했던 것보다 눈에 띄게 줄지 않을 경우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어려운 장에서는 차라리 자산배분 차원에서 주식과 상관관계가 (-)인 투자상품군들을 눈여겨보라는 조언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현재 시점에서 더 유망하다고 평가받는 투자대안들을 다양하게 도전해보라는 의미 같네요.

제1금융권 출입하는 김보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