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가 꺾이자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1억달러 가까이 늘면서 넉달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에 고공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떨어지면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감소한 데다, 달러 약세에 따른 유로화·파운드화·엔화 등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은이 5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61억달러로, 10월 말 4,140억1천만달러 보다 20억9천만달러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 당국이 달러화를 시중에 풀면서 외환보유액은 8·9·10월 석달 연속 감소하다가 4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의 일시적 감소 요인인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금융기관 외화 예수금 축소 등에도 불구하고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이 증가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소폭 불었다"고 설명했다.
한때 1,440원 수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300원대로 100원 이상 내렸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200억달러 넘게 소진했지만, 킹달러 현상이 꺾이면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줄어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말 기준 106.82로 전월 대비 3.5% 하락했다. 그 결과 유로화는 미달러화 대비 3.7%, 파운드화는 3%씩 절상됐다. 엔화는 6.4%나 절상됐으며, 호주달러화도 4.4%씩 가치가 올랐다.
이에 따라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늘며 외환보유액 증가로 이어졌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656억2천만달러)이 전체의 87.9%를 차지했다. 한 달 전보다 32억7천만달러 증가한 수준이다.
특별인출권(SDR·146억5천만달러), IMF(국제통화기금)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43억6천만달러)도 각 3억4천만달러, 1억달러 늘었다.
예치금(266억8천만달러)은 16억1천만달러 줄었고,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천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10월 말 기준(4천140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524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1,946억달러)과 스위스(8,833억달러), 러시아(5,472억달러), 대만(5,428억달러), 인도(5천34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631억달러), 홍콩(4,172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