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 임원들이 주가가 부진했던 자사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에서 등기임원인 사내외 이사와 미등기임원 총 76명이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들이 사들인 자사주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통틀어 총 18만2천661주, 금액으로는 121억747만원어치다.
메모리사업부장인 이정배 사장은 결제일 기준 지난 2월 18일과 4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 보통주 5천주씩 총 1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매입 단가는 주당 7만3천780원(2월 18일)과 6만6천600원(4월 27일)으로, 전체 취득 금액은 총 7억190만원이다.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과 DS부문장 경계현 사장도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 3월 15일 삼성전자 보통주 1만주를 주당 6만9천900원에 총 6억9천900만원어치 매수했다. 경 사장도 4월 26일에 삼성전자 보통주 8천주를 주당 6만7천200원에 사들였다. 매입 금액은 총 5억3천760만원이다. 이로써 이들이 보유한 자사주는 한 부회장이 5천주에서 1만5천주로, 경 사장이 1만50주에서 1만8천50주로 각각 늘었다.
노태문 MX사업부장(8천주·5억5천840만원), 김수목 법무실장(8천주·5억5천715만원), 박학규 경영지원실장(6천주·4억1천930만원) 등의 자사주 매입 금액도 4억∼5억원대였다.
김한조 사외이사는 지난 4월 주당 6만7천700원에 1천480주(1억19만6천원)를, 2월에 박병국 사외이사가 주당 7만1천900원에 500주(3천595만원)를 각각 매수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반도체 업황 둔화 등에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말 7만8천300원에서 최근 거래일인 지난 2일 6만400원으로 22.9% 하락했다. 코스피가 연저점으로 추락한 지난 9월 30일 장중에는 5만1천8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경영 상황을 잘 아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와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임원 자사주 취득은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 3월부터 활발해졌다. 올해 자사주를 산 76명 중 70명은 3월 이후에 매수했다.
주가 하락기에 임원들이 자사주를 연이어 사들이면 주가가 '바닥'이라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연초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뚫고 계속 하락한 탓에 자사주를 매입한 많은 임원이 손실을 보고 있다.
보통주 기준으로 올해 임원들의 자사주 평균 취득 단가는 6만6천282원으로 현 주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연고점 수준인 7만원대에 '물린' 임원도 더러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