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역 완화를 시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제로코로나'에 대한 반발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전환은 명확한 흐름이 된 듯한 양상이다.
유럽연합(EU) 관료들을 인용한 AFP통신의 2일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과의 회담에서 코로나19 기존 변이보다 덜 치명적인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있어 봉쇄 규정 완화가 가능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은 회담에 대한 중국과 EU 측 공식 발표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최근 중국 내 일련의 흐름에 부합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중국은 지난달 11일 '방역 최적화'의 이름으로 20가지 방역 유연화 조치를 내놓았으나, 곧바로 감염이 급속 확산하자 지방별로 다시 봉쇄 중심의 고강도 방역으로 회귀했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24일 신장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10명이 사망하는 화재가 발생했고, 피해가 커진 원인이 봉쇄용 설치물에 따른 진화 지연에 있다는 의심이 확산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방역 완화를 요구하는 이른바 '백지 시위'가 벌어졌다.
이후 중국에서는 각 지역별로 앞다퉈 방역 완화책이 나오고 있다. 그간 가장 삼엄한 방역 태세를 유지해온 수도 베이징과 인근 대도시 톈진은 대중교통 수단 이용시 필요했던 48∼72시간 내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결과 제시 의무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 남부 광둥성 대도시 선전시의 교통운수국도 버스, 지하철, 택시 등 시내 교통수단 이용 승객의 PCR 검사 결과를 확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이에 앞서 베이징, 광저우, 충칭 등 대표적 대도시에서 집에만 있는 사람들은 정기적 전수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도 나왔다.
최신 오미크론 변이의 '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쑨 부총리 등 당국자와 관영 매체들이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간의 제로 코로나를 지탱한 '인민 생명 지상주의' 내러티브에서 미묘하게 변화한 대목이다.
제로 코로나의 공식 폐기 또는 수정 선언은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을 것이기에 당분간 '방역 최적화·유연화'라는 설명을 유지하면서 국민들에게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게 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당초 내년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 시 주석이 당 총서기에 이어 국가주석직의 3연임을 확정 지은 뒤에야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최근 일련의 변화 속에 예상 시간표가 당겨지는 형국이다.
명보는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순조롭게 시행되고 의료 준비가 충분하다면 내달 말 춘제(春節·중국의 설) 후 내년 2월에 제로 코로나를 폐기하고 전면 개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