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추도대회 이후 '백지 시위'가 진퇴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임인 장례위원회는 6일 추도대회 개최를 결정하면서 전 국민 3분 묵념, 추도대회 집단 시청, 당일 반기 게양 및 공공오락 금지 등을 결정했다.
2일 관영 중앙TV(CCTV)가 중계한 영상을 보면 전날 오후 고인의 관이 도착한 베이징 시자오비행장에는 시 주석 내외와 중국 지도부가 총출동하다시피 했으며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의 운구 과정도 상세히 보도됐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이은 중국 공산당 3세대 최고지도자라는 고인의 위상을 고려하더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거국적 애도 분위기가 중국 지도부 주도로 조성된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방역 정책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최근 변화가 뚜렷하다.
방역 실무 총책인 쑨춘란 부총리가 지난달 30일과 1일 주재한 두 차례 방역 관련 좌담회 내용을 소개한 보도문에는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라는 표현이 빠졌다. 대신 쑨 부총리는 최신 오미크론 변이의 독성 약화를 강조했다.
아울러 베이징, 광저우, 충칭 등 대표적 대도시에서 집에만 있는 사람들은 정기적 전수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이나, 임신부와 노인 등이 감염되면 자가격리를 허용하는 등의 방역 완화와 관련된 조치들이 최근 구별로 속속 나왔다.
또 SNS에는 지난달 30일 열린 카타르 월드컵 프랑스와 튀니지의 조별리그 경기를 중계한 관영 중앙TV(CCTV)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만원 관중을 클로즈업해 보여줬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왔다.
거국적 장례 분위기와 방역 완화가 시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고강도 방역에 반대하는 시위의 흐름을 끊고 김을 빼는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에선 지난달 24일 신장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사망 10명) 때 방역을 위해 설치한 봉쇄용 장치들이 신속한 진화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같은 달 25∼27일 주요 도시에서 고강도 방역에 반발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특히 대학생을 중심으로 검열에 저항하는 상징으로 흰 종이를 드는 시위가 벌어졌고, 소셜미디어(SNS)로도 확산했다.
하지만 전국적 애도 기간에 시위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정부발 방역 완화 움직임은 부족하나마 시위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향배가 불투명하다.
이번 시위가 당장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더라도 조직적으로 저항한 경험을 쌓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방역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도 저항할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 중국 전문가는 "톈안먼 유혈진압 이후 중국인들은 집단행동에 대해 보복이 있을 것을 두려워하고, 정부에서 '가만히 있으라' 하면 순응했는데 이번엔 '행동했더니 변화가 있더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불만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에서 중대한 변화"라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