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 기간 동안 돈방석에 앉은 기업들이 있습니다. 진단키트 기업들입니다.
그런데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코로나 특수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지 못한 기업들에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IT바이오부 고영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 기자 우선 3분기 실적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주요 진단키트 기업들의 3분기 실적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제외하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반 토막 수준입니다.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기업도 많습니다.
씨젠 마저 3분기 영업손실입니다. 팔리지 않고 남은 재고금액을 충당금으로 반영한 영향입니다.
업계에서는 엔데믹, 그러니까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면서 진단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계 순위도 요동쳤는데요.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을 제외하면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에 주력했던 회사일수록 매출 순위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앵커>
엔데믹은 예상이 된 건데 실적 방어가 잘 안 되는 모습입니다.
<기자>
이들 기업의 매출을 보면 코로나와 관련된 비중이 90% 이상입니다. 매출구조를 쉽게 바꿀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대로라면 진단기기를 보급해 놓고 당뇨를 검사한다든가 알레르기를 검사한다든가 이렇게 진단 카트리지를 팔아야 합니다.
기기 보급은 네트워크 싸움인데 로슈나 애보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장벽이 높습니다.
<앵커>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던 주주들은 지금 같은 상황이 불안하겠군요.
<기자>
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기업도 있는데요. 휴마시스가 대표적입니다.
최근 소액주주 몇 명이 연대해 지분을 5% 넘게 확보했습니다.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임시주주총회를 열게 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는데요. 오는 13일이 재판이 열리는 날입니다.
현재 경영진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건데 차정학 대표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도 8% 안팎에 불과합니다.
회사 측은 3분기 영업손실을 냈는데 안팎으로 사정이 어려워 4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정부가 이번 겨울 하루 최대 20만 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는데 업계 실적 반등의 여지는 없습니까.
<기자>
많은 기업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이미 3분기 실적이 크게 줄어버려서 확진자가 늘어난다 해도 연간으로 했을 때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못할 것이라는 겁니다.
증권가에서 내놓은 실적 컨센서스를 봐도 그렇습니다. 3분기 실적에 선방한 에스디바이오센서 정도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고요.
씨젠은 지난해 대비 매출 -35%, 영업이익 -67%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돌파구 마련은 어떻게들 하고 있습니까.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텐데요.
<기자>
지금 한참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련하는 시기인데요. 코로나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진출로 승부를 보겠다는 기업이 많습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앞서 미국 메리디언 인수 계약을 마친 이후 또 다른 인수 대상 기업을 물색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벌어둔 돈이 많은 만큼 업계에서 M&A는 상시 고려 대상입니다.
랩지노믹스 M&A도 임박했습니다. 미국에 있는 표준인증 연구소(클리아 랩)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미국 FDA 승인 없이도 제품을 보급할 수 있는 창구인데요. 현재 실사단계로 내년 2월까지는 인수를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고요. 인수금액은 500억원 가량입니다.
또 한 갈래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비대면진료와 진단키트를 결합하는 방식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입법 절차가 남아있지만 제도화가 곧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고요.
대표적으로 수젠텍이 슈얼리 스마트라는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내세워 여성 호르몬 검사와 같은 분야로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동안 벌어둔 돈을 어떻게 쓸 지에 따라 생존여부가 갈리겠군요. 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