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포도 '루비로망'이 한국으로 무단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농산물 품종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아사히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재배자를 대신해 품종의 지식재산권 관리와 보호를 담당할 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외국에서의 품종 등록과 소송을 지원할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자체 개발한 농산물의 품종 등록이나 상표 등록을 하지 않아 종자가 해외로 유출돼도 보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았다.
품종 등록은 국가에 따라 절차가 다르고, 한 나라에서 등록하는 데에만 수십만∼200만 엔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등록에 4∼5년씩 걸리는 나라도 있다.
등록을 서두르지 않아 법적 대응을 하기 곤란해진 품종으로는 한 송이 가격이 최고 150만 엔(약 1천400만 원)에 달하는 루비로망과 또 다른 포도 품종인 '샤인머스캣'이 꼽힌다.
일본 이시카와현이 1995년부터 약 10년간 연구해 만든 루비로망은 한 알의 무게가 20g 이상이고, 당도가 매우 높은 점이 특징이다.
이시카와현은 지난 8월 한국 서울 시내 상점 3곳에서 판매하는 루비로망을 조사해 일본 루비로망과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사히신문은 "5년 전쯤에 루비로망 묘목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시카와현 농가에 묘목 관리에 관해 물었으나, (유출) 원인은 특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루비로망은 일본 품종과 비교해 형태가 가지런하지 않고 알맹이가 작으며, 당도도 이시카와현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루비로망이 재배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시카와현 관계자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샤인머스캣의 경우 중국 재배 면적이 일본의 30배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개발자가 샤인머스캣의 품종 등록을 했다면 연간 100억 엔(약 950억원)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