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011170]의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으로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롯데건설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자금 지원이 잇따른 데다가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인수로 롯데케미칼에 '목돈'이 필요해지면서 재무 부담이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주당 13만원(예정발행가)에 신주 850만주(보통주)를 발행해 총 1조1천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5천억원은 운영자금으로, 6천6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식 수 증가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이 주가 하락이나 주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증자로 인한 지분 희석 비율은 25% 수준이며, 증권가에선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로 이달 14일 기준 지분율은 25.59%에 달한다. 롯데물산(20.00%), 일본 롯데홀딩스(9.30%), 롯데문화재단(0.03%)과 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54.9%다.
롯데케미칼의 '조 단위' 유상증자로 인한 손해는 그룹 계열사들이 떠안아야 하는 만큼, 부담이 전이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롯데건설에 약 6천억원 지원을 결정하기도 했다. 롯데건설의 자금운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내년 1월까지 5천억원을 대여해주고, 총 2천억원 규모의 롯데건설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876억원을 출자한다.
증권가에서는 인수 대금 마련과 계열사 지원으로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승재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이번 증자가 성공해도 여전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회사의 증자 이외의 조달 능력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유상증자 목적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한 신규사업 확대 및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측면보다는 본업에서의 이익 창출력 악화와 대규모 인수합병 및 계열사 자금지원 등으로 재정부담이 높아짐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이달 들어 롯데건설 지원에 나서는 그룹 계열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롯데건설은 롯데정밀화학[004000]에서 3천억원을 내년 2월 8일까지 3개월간 차입하고, 롯데홈쇼핑에서는 1천억원을 내년 2월 9일까지 차입하기로 했다.
롯데물산은 롯데건설이 하나은행에서 2천억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1천500억원 등 총 3천500억원을 차입하는 데 자금보충약정을 맺었다.
채무자인 롯데건설이 상환 능력이 부족해 대출을 갚지 못하는 경우 자금보충 의무자인 롯데물산이 롯데건설에 부족한 자금을 빌려주거나 출자해 보충해주기로 한 것이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대규모 자금 조달로 롯데 계열사 전반의 신용 우려가 제기된다며 계열사 상당수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6일 보고서를 내고 "롯데지주[004990]의 핵심 자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도가 하락할 경우 롯데지주의 계열통합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추가 유상증자 진행 등으로 롯데지주 자체의 재무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자금난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이날 유상증자 컨퍼런스콜에서 밝혔다.
롯데케미칼 측은 "롯데건설 리스크가 상당한 수준으로 해소되었다고 판단한다"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필요한 나머지 1조7천억원은 외부 조달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대주주인 롯데지주의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에 대해선 "개별기업 이사회 결의사항이어서 확정적인 답을 공개하긴 어렵다"면서도 "그룹 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과 가치 제고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