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절도범 등에 공개적으로 채찍질 처벌을 하며 '공포통치' 시절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 대법원은 이번 형 집행이 지난 11일 북동부 타카르주 탈로칸의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금요 예배 후 진행됐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리 압둘 라힘 라시드는 "원로, 학자, 주민 앞에서 여성 9명 등 19명이 39대씩 채찍을 맞았다"며 이들은 간통, 절도 등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관련 사안은 최종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 전 법원 두 곳의 검토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재집권에 성공한 탈레반이 공개 태형 집행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공개 처형, 손발 절단, 투석 등 가혹한 형벌을 집행했던 바 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지난 12일 판사들에게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형벌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절도, 납치, 선동 등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한 후 샤리아의 모든 조건에 맞으면 후두드(hudud)와 키사스(qisas)를 시행할 책임이 있다"며 "이는 나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후두드는 살인·강도·강간·간통 등 중범죄에 대한 이슬람식 형벌로 참수, 투석, 손발 절단, 태형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키사스는 쿠란(이슬람 경전)의 형벌 원칙인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절로 비이슬람 권에도 잘 알려진 비례 대응 개념이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여성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올해 들어 여성 인권이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레반 정부는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음에도 지난 3월 새 학기 첫날 말을 바꿨다.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는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없게 됐고, 여성에 대해서는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도 의무화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