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월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 발언에서 한국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 전략)의 핵심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자유, 평화, 번영의 3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포용, 신뢰, 호혜의 3대 협력 원칙하에 인태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TV는 지난달 당초 올해 발표할 예정이었던 '한국판 인태 전략' 공개가 내년으로 미뤄졌다는 것을 단독 보도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3연임, 캐나다·칠레 등 태평양 국가들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 등이 이유였습니다.
때문에 윤 대통령은 이번에 한국판 인태 전략의 핵심 내용만 소개한 셈입니다.
● 이재명 "국익 위태롭게 하는 진영대결 장기말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 대해 혹평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빈손 외교를 넘어 아무런 실익도 없고 오히려 미국과 일본의 대중국 압박 공세전략에 일방 편승하는 모양새를 띄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두고 "일종의 자충수를 둔 것"이라며 "국익을 위태롭게 하는 진영대결의 장기말이 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외교의 기본은 우리나라의 국익을 중심으로 한 실용외교여야 한다"면서, "강대국 간 갈등에 희생물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철저한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실용 외교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중국 견제 전략으로 인식되는 인태 전략을 윤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 때 발표한 것 등을 두고 비판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 미국·일본·호주·인도, 中 견제…아세안·유럽, 자국이익 우선
인태 전략을 대중국 견제 전략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인도, 호주, 아세안은 한국보다 앞서 인태 전략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2월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역내 미국의 리더십 유지를 위해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2016년 제6회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당시 아베 총리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공식 발표했는데, 이때 미국 및 지역 파트너와 협력할 것을 밝혔습니다.
인도는 지난 2019년 모디 총리가 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발표한 인도태평양 이니셔티브(IPOI, Indo-Pacific Ocean Initiative)를 보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개념을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한 호주는 2020년 호·중 무역 갈등 이후 미국의 대중 견제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는 인태 전략에 대중 견제 내용을 담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유럽과 아세안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아세안은 2019년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 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을 발표하고, 개방적·포용적인 인태 지역 질서 구축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이 특정국을 배제하지 않는 '모두의 발전과 번영을 위한 공간'임을 강조한 겁니다.
유럽은 미중 갈등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영토를 보유한 프랑스는 3개의 문건을 통해 국가이익 보호에 초점을, 중국과 교역이 가장 큰 독일은 자국 인태 전략이 미·중 택일의 형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한국판 인태 전략 성패, '중국 리스크' 관리에 달려
위의 사례들은 한국판 인태 전략 수립 방향성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중국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겁니다.
한국이 인태 전략의 첫 번째 원칙으로 포용을 제시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대만, 남중국해 등 역내 안보 현안과 신장 위구르 및 홍콩의 인권 문제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들에 있어 어떤 입장과 정책을 내놓을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상반기쯤 한국판 인태 전략의 '풀버전'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주요국과 비교해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그만큼 꼼꼼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